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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정교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의 원칙    
  글쓴이 : acecard 날 짜 : 08-09-16 12:50 조회(8280)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mireene.co.kr/bbs/tb.php/f001/1379 


종교와 정치. 이 둘에 대한 비판은 대개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나타나곤 한다. 첫째로 종교와 정치가 결합하는 경우이다. 이는 특정 종교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특정 종교를 옹호하는 이가 권력의 수장이 되는 경우를 망라한다. 가령 신권정치를 표방하던 중세 가톨릭이나 현대의 이슬람 국가를 들 수도 있고 보수 개신교에 깊게 영향을 받았던 레이건이나 부시 대통령 정부도 넓은 의미에서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비판은 정치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이에 침묵하며 올바로 지적하지 않는 종교를 향해서이다. 신사참배를 강요하던 일제시대나 독재정권이 들어서던 70-80년대에 비판보다는 타협을 선택했던 주류 기독교는 이러한 역사적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경우, 즉 종교가 정치와 결합하는 경우나 종교가 정치에 침묵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둘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매직 키워드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바로 ‘정교분리(政敎分離)’라는 것으로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위의 첫 번째 경우, 즉 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비판할 수 있으나 두 번째의 경우인 잘못된 정치에 침묵하는 종교 역시 정당화되어버린다. 게다가 현대사회의 다양성의 성격상 특정 종교에 영향을 받은 권력의 수장은 단지 표면적인 비판을 받을 뿐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정교분리라는 매직 키워드는 이슬람 세계와 같은 종교국가에는 여전히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데 비해 민주적인 정부가 건립된 국가에서는 오히려 종교를 정치에서 배제시키는 효과만을 지닐 뿐 잘못된 정치에 대한 종교의 건전한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정교분리라는 말은 1802년 덴버리 침례교로 보내는 토머스 제퍼슨의 편지에서 처음으로 언급된다.
"Believing with you that religion is a matter which lies solely between Man & his God, that he owes account to none other for his faith or his worship, that the legitimate powers of government reach actions only, & not opinions, I contemplate with sovereign reverence that act of the whole American people which declared that their legislature should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thus building a wall of separation between Church & State."
<Jefferson, Thomas (1802-01-01). "Jefferson's Letter to the Danbury Baptists".>
 
제퍼슨이 정교분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인간의 종교적 경외심이 각 개인의 문제이니만큼 법적으로 이를 보장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각 개인의 종교적 활동 자체도 제도적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퍼슨의 정교분리 정신은 미국의 헌법에 반영되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에 영향 받은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각국의 헌법에 포함시키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가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혹은 표면적으로라도 내세우고 있다. 국교가 있는 영국이나 노르웨이는 각 국교가 국가의 전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만 각 개인의 종교의 자유는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수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는 달리 종교적 율법이 생활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런 근본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외면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정교분리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국교회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위한 제퍼슨의 의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 다양성을 표방하는 현대의 수많은 국가들이 하나같이 정교분리라는 원칙을 주장하는 것일까? 이는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정부에 대한 종교의 불간섭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종교는 여전히 여론형성을 위한 강력한 커뮤니티이며 모임의 특성상 강력한 종교지도자의 리더십을 통해 가장 열정적이고 희생적인 활동마저 마다하지 않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집단이다. 이 힘이 반정부적 성격을 띤다면 정부입장에서는 잠재적이고 거대한 안티세력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갖는 것이 된다.
 
물론 레이건이나 부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개신교 편향의 정치지도자가 국가의 수반이 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종교적인 논쟁이 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법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민주국가에서 이러한 성향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몫이고 그 지도자의 임기조차도 제도적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즉, 특정 종교에 편향적인 정책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다음 지도자는 상대적으로 전임의 정책을 견제하며 종교적 성향을 띠지 않으려고 노력하곤 한다.
 
현대국가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보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각 종교가 국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이 매직키워드로 인해서 원천봉쇄당하는 경우다. 보다 오리지널을 따지자면, 제퍼슨이 처음 정교분리의 원칙을 언급했던 것은 국가가 종교를 향해 어떠한 정치적 소견도 갖지 말 것을 당부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보다는 국가 제도를 제정함에 있어서 어떠한 종교적 편향성이나 경외감을 배제시키고 국가권력으로 하여금 국민에 대한 종교적 자유를 강제시키지 않을 시스템을 갖추기 위함이다. 다시 말하면,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에게 정치적 참여를 봉쇄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로 하여금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확보하고 국가 자체에 있어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을 배제시키기 위함이다.
 
기독교의 정신은 본래 어떠한가? 선지자와 예수의 전통은 잘못된 국가권력을 옹호하거나 묵과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국가의 잘못에 대해 하나님의 시각을 대신한 신랄한 비판을 외쳤고 이 과정에서 왕이나 정치 지도자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는 어떠했는가? 20세기 초 대부흥 운동 이후 개신교가 지도자들과 민중들에게 공히 가장 큰 종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지만 일제시대 말에는 신사참배를 강요했던 일본 제국주의와 타협했고 한반도에 두 정부가 수립된 이후 남북의 주류 기독교는 항상 정부의 편을 들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주류 개신교는 언제나 독재정권에게 건전한 비판은커녕 정권유지를 위한 조찬기도회에 앞장서는 친정부적 그룹이었다. 물론 국가의 독단적 잘못에 예배당을 박차고 나와 항거한 분들도 계시지만 이는 늘 개신교 안에서 소수의 광기로 평가될 뿐이었다.
 
정권에 편승하는 개신교의 작태를 옹호하는 매직키워드는 또 다시 정교분리라는 원칙이다. 누구도 정교분리의 원칙이 교회 안에서 국가의 잘못된 비판을 금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하지도 않았건만 교회는 알아서 종교분리라는 마스크를 통해 입을 다물었다. 구원이 천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이 세상의 정의를 외쳐야 하는 분들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세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잘못된 국가구조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 서야할 분들이 교회는 정치에 일절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만을 앵무새처럼 말해 왔다. 50년이 넘는 독재 권력 혹은 이를 승계했던 정권이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약 10여 년 동안 정권을 다른 쪽에 내줬었다. 50여 년 동안 보수정권과 손을 잡았던 주류 기독교가 최근에 다시 정권을 되찾은, 그것도 장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 때문에 개신교가 이 한반도 안에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음을 왜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정관 (08-09-16 19:07)
 
정교를 약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요? 즉 인류의 역사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역사입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악의 순환입니다. 구체적 실례를 들자면 여당, 야당 가릴것 없이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데는 똑 같습니다.
야당은 국민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여당을 비판함으로 가시적인 일을 하는것 처럼 보이려 합니다.
사실 이명박정권이 불교와  타협점을 찾지 않고 기독교 독주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같은 지배 계급인 불교계가 발끈
하는 것이죠. 불교계의 얘기는 왜 너희 혼자 먹으려 하느냐 하는 것이겠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이들 종교집단이 가진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이 바로 신권을 회복시키려 했던게 아니었을까요?
오늘도 작은자들은 무참히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는데도 종교 집단은 침묵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 권력유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겠지요. 그러나 권력강화에 필요하다면 또 이용하려 들겠지요.
정치나 종교나 그놈이 그놈이죠. 적어도 우리나라의 현실정은 그러한것 같습니다.

정강길 (08-09-17 09:56)
 
acecard님, 정교분리에 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여~^^*

acecard (08-09-17 12:17)
 
미국의 한 경제학도가 구약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연구하던 중 고대 근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그는 고대 근동의 사회구조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재고찰했는데 당시 한 도시국가에 자리잡은 신전은 전체 국가 경제의 약 30%를 장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한 경제단위의 30%를 장악했다는 것은 100%를 잡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네요.
종교 안에서의 계급과 지배 계급의 역사는 이미 인류가 문명을 시작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문제라는 데에는 정관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정교분리 원칙에 관해 쓴 것은 이 원칙이 본래는 국가 제도나 법적인 구조 안에서 종교성을 배제하는데 사용되었지만 한국 개신교가 이 용어를 남용하며 마치 정치적인 의견이나 비판을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금해야 하는 것처럼 믿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종교 지도자들끼리 밥그릇 싸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이 종교 안에서 정치를 비판하는 것을 봉쇄당하는 것으로 남용되지 않고 각자의 종교커뮤니티 안팎으로 자신의 신앙적 신념에 근거하여 현 정부를 건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정강길님, 늘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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