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요?

어제 교회부흥회에 갔다가 열받아서 밤늦게 쓴 글입니다.

여기에 올리고 아고라에도 올릴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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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집회 참관기 –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주

오늘 한 교회의 부흥집회에 다녀왔습니다.

크게 신축한 교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부흥회입니다.

헌금이 좀 강조되겠다는 예감은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초청강사는 모00전도사(이하 강사), 여자입니다. 애교스런 얼굴에 ‘말빨’이 좋습니다. 국회에 비슷한 분위기의 여성의원이 한 분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목적을 위해서는 목사고 전도사고 집사고 상관없지!

교회에서 가끔 느끼는 것입니다만, 어떤 목사는 자기가 직접 헌금이나 충성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밑에 있는 ‘심복’들이 이러한 ‘껄끄러운’ 문제를 대신해서 잘 처리해 주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보시기에 좋도록’ 밑에 있는 사람들이 목사 뺨치게 잘 해냅니다. 십일조와 충성을 열심히 하라는 등등

[충성스런 종들이여! 그대들에게 축복이 ... 흐흐!]

교회에서 가끔 부흥집회를 여는데 좋은 목사님들은 뜻 깊은 집회가 되도록 훌륭한 강사를 섭외하여 신도들에게 복음의 기쁨과 진리의 자유를 맛보게 하려 합니다.

그러나 나쁜 목사들은 마케팅에 뛰어난 강사들을 초청하여 신도들의 신앙자세를 ‘교정’하고, 더욱 충성하게 하고, 더욱 많이 헌금하게 합니다.

이 강사들은 떠나면 그만이니까 목사가 요구하는 것을 알아서 설교합니다. 목사를 훌륭하다고 치켜세웁니다. 앞으로 교회 일에 충성하라고 강조합니다. 헌금강조는 필수입니다. 신도들을 위한 깊은 위로와 참된 신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요.

[떠날 때는 봉투를 잽싸게 집어넣고 걸음아 나 살려라!]

아무리 철없는 목사라고 하더라도 설교 내내 십일조와 충성만을 줄줄이 말하는 목사는 없습니다. 가끔 좋은 말들을 많이 섞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지요. 오늘 강사의 부흥설교에서도 들은 내용입니다.

“꿈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 같습니다.”

“두드리지도 않고 성취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드리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열어주십니다.”

“섬기는 것이 종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다 결국은 축복과 헌금, 충성과 헌신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오늘 들은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꿈과 소원을 이루겠다고 기도할 때 빈손으로 하지 마십시오. 나는 새벽기도 갈 때마다 매일 만원씩 봉투에 넣어 제단에 드리고 기도했습니다.

물질을 심은 곳에 물질을 거둡니다. 하나님이 기쁘시도록 해야 축복도 내려옵니다.

‘섬김’이 축복입니다. 봉사를 적극적으로 할 때 축복도 적극적으로 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바로 안 갑니다. 목사님을 거쳐서 갑니다.

나는 주일학교 교사할 때에 아이들이 동전을 가지고 오면 혼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예배를 예물로 하도록 훈련시켜야 합니다.

교회재정을 우습게 아는 교인들이 많은데 수세미를 쓰더라도 교회에 사달라고 하지 말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사다가 쓰세요.

그리고 개인의 성공 스토리 (한 시간도 넘게 이어지는 사업을 일군 이야기).

순이익의 10%를 십일조로 드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들리는 소리: “십일조를 온전하게 하여라!” 그래서 그때부터 매출의 10%를 십일조로 드렸습니다. 70만원에서 점점 늘어 한 달에 1천 만원을 드립니다.

(설교 전에 했던 기도에서는 십일조에 대해서 누차 강조를 했는데 ‘최고의 십일조를 하는 주인공’이 되게 해달라는 말만 3번)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십시오.

이렇게 2시간이 넘은 강연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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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제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멍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슬펐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듣고 반감을 가졌던 교회 부흥회가 몇 십 년이 지난 오늘 오히려 더 흉측해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이 강연의 잘못된 점을 몇 개 집어보려 합니다.

(잘못된 것 이전에 잘한 것 1개)

처음부터 끝까지 성서말씀은 한 구절도 인용을 하지 않았는데 불행 중 다행.

성서를 잘못 인용하고 남용하는 것보다야 차라리 안 하는 것이 훨 괜찮지..

[호화 신축 교회 울타리 밖에 예수는 버림받아 쓰러졌네]

2시간 반에 이어진 부흥집회에서 참으로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수 복음의 핵심에 가까운 언급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부자, 성공, 축복, 충성, 헌신, 십일조, 기도, 봉사, 섬김, 순종 등과 같은 단어들은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디로 잠적해 버렸을까요?

그 청년이 이르되 이 모든 것을 내가 지키었사온대 아직도 무엇이 부족하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 청년이 재물이 많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 근심하며 가니라 (마 19:20-22).

가난한 이웃이 예수 복음의 핵심입니다. 어떻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냐고 묻는 젊은이에게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고 예수는 말씀하십니다.

역사적 예수에 가장 가까운 Q(큐)복음서를 보면 예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합니다.

가난한 자, 창녀, 세리,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 쳐진 자들이 예수 복음의 대상입니다.

주기도문에서도 내게 빚진 자(원문에는 죄지은 자가 아닌 빚진 자)를 탕감해주는 것이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 중요한 말씀을 교회는 설교하지 않습니다. 우선 교회에 가져와야 합니다. 가진 것을 가난한 자에게 직접 주는 것을 교회는 싫어합니다.

[모든 것은 교회를 통해서 ... 적선은 쓰고 남은 다음에 ... 부스러기나 먹고 떨어져라.]

산상수훈은 예수의 공식적인 첫 설교입니다(***부가설명필요).

이 설교의 첫 마디가 무엇인가요?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마태복음의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 에서 “마음이”는 나중에 추가된 것입니다.

원래의 텍스트는 그냥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입니다.

예수의 주된 관심, 일차적 관심은 바로 이들,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바닥에 쳐진 자들입니다.

교회가 이러한 예수를 추운 감옥에 가두고 아무 말도 못하게 입에 재갈을 물렸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화려한 교회에서 ‘축복’의 축제를 벌입니다.

모두 가면입니다. 그 속의 얼굴들을 들여다 보십시오. 무슨 몰골인지...

[교회의 십일조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저주]

오늘의 부흥회강연(차마 설교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에서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인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쏙 빠진 것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그들만의 짝짜꿍인데 뭐!

그러나,

그러나,

한 가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나를 분노하게 합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기만 때문입니다.

[매출에 대한 십일조? 가난해도 온전한 십일조를 바쳐라?]

적자 면하기도 힘든 기업에서 매출의 10%을 십일조로 바치면 어떻게 될까요?

강사가 자기 체험에서 말하는 학원수강료의 10%를 헌금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원가가 적게 들어가는 장사니까요.

고향 교회의 장로 한 분은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농사는 힘만 들지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신실한 장로님은 매출에서 십일조를 했습니다. 배추 한 트럭 실어 보내고 돈을 받으면 바로 10%를 떼어 헌금으로 드렸지요.

십일조가 아니어도 적자인 농사입니다.

빚이 누적되어 견딜 수 없으면 땅의 일부를 팝니다. 땅을 팔면 그 매각대금에서 십일조를 하고 거기에 감사헌금까지 합니다.

2-30년 동안 이러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마지막 땅을 팔았습니다.

그동안 이 장로님의 교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교회에서 win-win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흥하면 다른 사람은 망하는 시스템입니다.

장로님이 망해가는 동안 교회의 건물은 점점 높아 졌습니다. 화려해 졌습니다.

주변에서 교회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봅니다.

이 사람들에게 십일조는 축복이 아닌 저주로 다가옵니다.

3%의 순이익만 내도 대성공인 기업에서 매출의 10%를 헌금한다면 그 기업은 바로 도산입니다.

가정도 작은 사업체입니다. 빈곤한 집에서의 과도한 헌금은 경제파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파탄은 불화로 이어지고 가정파탄을 불러옵니다.

오늘 부흥회에서 강사는 말합니다.

물질을 심은 곳에서 물질을 거둔다고.

십일조를 통해서 부자가 되라고.

교회에서 설거지할 때 수세미를 사달라고 하지 말고 자기 돈으로 사서 쓰라고.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십일조를 철저히 하라고.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마지막 한 푼마저 뺏기 위해 안달을 하다니요.

그들을 축복이라는 감언이설로 속이며 점점 더 궁지에 몰아넣다니요.

그렇게 예수님이 시키셨나요?

그들은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고

인사 받기를 좋아하며...

큰 소리로 외치며 회개하고

여기 이렇게 제물을 많이 드리니 용서해달라고 뻔뻔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들

그러나

다른 한 구석에 고개도 못 들고

손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예배도 못 드리는

가난뱅이 천민들

바로 이들의 손을 예수가 들어 주시지 않았나요?

교회를 크게 지어놓고 자리를 채우지 못할 까봐, 또 대출받은 돈이 두려워서 신도들을 쥐어짜는 교회 시스템이 안타깝습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심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교회를 성장시켜야 된다는 묵언의 압력과 스트레스.

널찍한 예배실, 각종 부속실, 깔끔한 식당, 훌륭한 음향시설

옛적 남의 건물에서 눈치 보며 예배 보던 때는 정말 서러웠습니다.

멋있게 지어진 교회건물

축하합니다.

그러나 큰 건물은 ‘큰’ 성도들이 짓게 하소서.

삶의 마지막 희망으로 하나님을 붙잡기 위해 교회에 나온 저 바닥의 사람들.

얼마나 더 헌금을 하고 충성을 해야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신 답니까?

당신이 옳은 말만 할 것이라는 ‘작은 신자’들의 믿음을 무참히 짓밟고 그들의 피를 빨아 결국에는 말려 죽이는 굿거리는 이제 그만!

[무속인이 신도를 속여 무속행위 대가로 금품을 챙겼다면 받은 돈 중 60%를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속은 신도도 40%의 책임이 있답니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돈 더 내고 충성을 더 많이 해야 축복이 내려온다고 사기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글고 십일조를 하면 성공하고 축복받는다는 설교가 왜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는지 심층분석을 해야 되는데 지면상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성탄과 새해에 행복하시고 소통하시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자 원할 때 온 우주가 당신을 돕는다네!” (코엘류)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