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논어> 강의를 하고 있는 석동신입니다.

강의 중 수강생들에게 불교의 <반야심경>을 간략히 소개하려고 인터넷에서 여러 자료를 다운받고, 도서관에서 3권의 <반야심경> 해설서(<달라이 라마의 반야심경>, 도암 <반야 그리고 아제 아제>, 박모씨의 <반야심경 특강>)를 보고 번역과 주석을 붙이던 중, 현행 현장 역 <반야심경>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하니, 불교의 문외한인 제가 감히 이런 문제제기를 하게 되어 송구스럽고, 혹 저의 이해가 잘못되었으면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먼저 일부 자구의 순서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달라이 …경>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장 역 <반야심경>은 현장이 산스크리트 원어의 <반야심경>을 핵심만 압축하여 번역하다 보니, 원어 <반야심경> 앞부분의 석가모니 부처가 ‘심오함의 삼매’에 든 배경 설명 부분과 뒷부분의 부처의 ‘찬탄’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별 문제가 아니나, <달라이 …경>과 현장 역 <반야심경>의 공통부분 중에서 현장 역 중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부분이 <달라이 …경>에서는 ‘색증시공, 공즉시색, 색불이공, 공불이색>의 순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큰 문제는 아니나, 어쨌든 산스크리트 원어의 <반야심경>에는 <달라이 …경>이 맞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어순을 <달라이 …경>의 순서로 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둘째, 산스크리트 원어의 <반야심경>에는 없는 부분을 현장이 임의로 삽입한 부분인 ‘도일체고액’ 부분입니다. 원어대로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사실 반야심경에 ‘도일체고액’이 들어감으로써 이 경에 주술적 성격이 강하게 들어가 <반야심경>의 원래의 취지와 약간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부분은 ‘무안식, 내지, 무의식’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이 부분은 모든 현상의 공한 모양을 자세히 풀어서 나열하는 부분인데, 먼저 6근을 부정하고, 그 다음 6경을 부정하고, 그 다음 6식을 부정하는 부분이므로, 이 구절은 원래 ‘무안식, 무이식, 무비식, 무설식, 무신식, 무의식’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장은 ‘무안식’ 해야 할 부분을 ‘무안계’로 옮겼는데, ‘안’ 다음에 ‘식’자를 빠뜨렸고, 쓸데없이 ‘계’자를 붙였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6근과 6경과 6식을 합쳐서 18계라고 하므로, 이 부분에 ‘계’자가 들어간 것은 현장의 잘못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넷째, ‘무지, 역무득’ 부분을 ‘무지, 무득, 역무무득’으로 고쳐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달라이 …경>에 보면, ‘무득’ 다음에 ‘역무무득’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무무득’이 들어가야 한다면 ‘역무득’에서 ‘역’자는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한편 제가 <반야심경>을 옮기면서 번역에 어려움을 느낀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색’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번역본에는 대부분 이를 ‘물질/물질적 현상/형상’ 등으로 옮기고 있는 것 같은데, ‘물질/사물/물체/형상’ 가운데 ‘형상’으로 낙착을 보았습니다만, 역시 우리말로 옮기기에 어려운 말인 것 같습니다. ‘색’의 국어사전적 풀이는 ‘형상과 색을 지닌 모든 존재. 물질’로 나와 있습니다(동아새국어사전/제5판/두산동아). ‘색’이 물질을 가리키되, ‘物’로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일종의 간접표현으로 보아 ‘색’과 가까운 말인 ‘형상’으로 옮긴 것이죠.

둘째, 5온 중 ‘識’과 6근 중 ‘意’가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하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같은 말로 보아 별 생각 없이 ‘의식’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으나, 제 생각에는 다른 말로 생각되어 ‘식’은 ‘인식’으로 ‘의’는 ‘두뇌’로 옮겨 보았습니다만, 역시 적당하게 번역하기 힘든 말로 여겨집니다. 즉 ‘식’은 넓게 인식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6식, 또는 8식을 포괄하는 말로 여겨지고, ‘의’는 6근 중에 쓰였으므로, 구체적인 감각기관 내지 5관을 포괄하는 인식기관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여 눈, 귀, 코 등처럼 ‘두뇌’로 옮겨본 것입니다.

셋째, ‘法’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법’은 ‘법칙, 원칙, 진리’의 뜻을 1차적으로 갖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12연기법’을 가리키는 말인지, 아니면 이 12연기법에 의해 구성된 모든 유무형의 물질적 정신적 존재의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지, 아니면 이 양자를 포괄하는 말인지, 아니면 12연기법과 관계가 없는 단지 일반적으로 모든 유무형의 물질적 정신적 존재의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지, 아니면 도올 김용옥의 설명처럼 현대의 ‘개념들’에 가까운 말인지, 아니면 플라톤의 형상, 즉 이데아에 가까운 말인지, 사실 좀 감이 안 잡히는 말입니다. 편의상 ‘현상’으로 옮기고, 12연기법과 관련하여 해설을 붙였습니다.

그밖에 ‘수상행식’이라든가, 12연기법 중 ‘명색’이라든가 등의 개념에 대해 질문할 것이 많으나, 불교서점에 가서 <불교철학용어사전>이 있다면 찾아볼 생각입니다만, 저의 문제제기와 함께 불초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실 분께서는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 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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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역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첨부하니,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