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여정에 일어나는 일들..

어느 누군가 저만치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따고 싶을 때 어느 덧 그곳을 향해 가는 두 발의 공간적 이동은 사실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이 외부에 저런 움직임으로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 시공간 안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모든 외적 움직임은 그 영혼의 내적 갈망이 몸을 수단 삼아 외부에 그 형체를 드러낸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가 처음 서 있던 곳에는 자신이 몸을 움직여야할 내적 동기(원인)가 담겨져 있고 그가 도착할 목적지에는 그 영혼이 얻을 기쁨과 평안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장소와 거리, 그리고 이들의 변화를 초래하는 공간적 이동은 영혼이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변화되는 과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사람 개인이나 무리 또는 한 민족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공간적 이동에도 역시 영혼의 상태에 관계된 깊은 내적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삶의 전 과정은 하나의 기나긴 여행에 비유됩니다. 이 여행을 위하여 처음 길을 떠나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들 속에는 인간의 내적 상태가 점차 악에서 떠나 천국적 인격으로 갖추어져 가는 여정이 그려지고 있어요. 이 첫 여정이 성경에서는 아브람과 그의 가족이 고향을 떠나 가나안땅으로 가도록 주님에 의해 부름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브람이 들어가야 할 가나안 땅은 바로 천국 또는 천국적 인격을 뜻하는 반면 아브람이 태어난 땅 곧 그가 떠나야할 갈대아 우르는 우리의 이기적인 본성을 지닌 마음 상태를 가리키지요.

이 여행을 시작할 무렵 인간의 마음에는 처음으로 교회의 형태가 자리하지만 점차 영혼이 진리의 빛을 강하게 받을수록 이전에 세워졌던 옛 교회는 그 교회를 지탱하던 원리들과 함께 허물어지거나 개혁되어 점차 그 영혼의 이해성이나 애정에 있어서 새로워진 교회가 마음에 자리잡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 세워지는 이 새 교회는 옛 교회와 그 원리들 전체를 아예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하여 이어집니다. 옛 교회가 어두워질 때면 그때까지 주님께서 옛 교회를 보호하시기 위해 희미하게나마 그 영혼 깊은 곳에 남겨두신,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기에 인간이 스스로 이 불씨를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리려 애를 쓴다면 앞으로 영혼의 상태가 변화되어 가는 매 단계마다 이 불씨는 점차 크고 강해져 그 영혼을 보다 높은 상태로 올려줄 것입니다.

이 불씨는 우리가 어릴 적 주변 사물에 대한 인식 능력이 없을 때 주님에 의해 마음 깊은 곳에 심어진 것으로 성경은 이를 '남은 그루터기'라고 부릅니다. 인간이 주님을 기뻐하거나 선과 진리를 반길 수 있는 것은 속 사람에 남겨진 이 불씨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아브람이 뜻하는 의미입니다. 좀 더 쉬운 표현을 쓰자면 아브람은 어릴 적 우리 마음에 담겨진 순진무구의 상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천국에 들어가려는 자는 누구든지 어린아이와 같이 되라'고 가르치신 것처럼 우리는 우리 마음의 밀실에 살아있는 이 아브람(순진무구의 상태)으로 인해 바야흐로 신앙 여정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주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길을 떠나는 아브람 이야기는 우리 개개인이 자아 중심의 삶을 떠나 천적인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앙 여정의 첫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불씨는 한 인간의 내적 변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상 지상에 실제로 세워졌던 교회의 변천과정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형식만 남은 유대교회의 말기에 주님이 오셔서 그옛 교회를 폐하고 새로운 교회 곧 기독교를 세웠는데 이 경우 남겨진 불씨에 해당되는 것은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주님을 속으로 반기던 숨겨진 무리들이지요.

불씨(남은 그루터기)의 의미는 위와 같이 이중적이어서 한 편으로는 아브람처럼 유아기의 순진무구한 영적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다가 다른 한 편으로는 신약의 제자들처럼 사람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여 우리의 이해를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실은 순진무구한 영적 상태와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전연 별개가 아닌데 그 이유는 사람의 본질적 생명이 물질로 된 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과 애정으로 형성된 영혼의 상태가 진정한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은 그 이해성과 의지의 어떠함 자체가 사람인 것이고 몸은 단순히 속에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외부에 나타내줄 도구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상 아브람의 의미에서 본 바와 같이 성경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의 등장 역시 역사적으로 존재한 어느 특정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우리에게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주님의 비밀한 섭리에 의하여 그들은 우리 영혼에 일어나는 갖가지 변화와 또 이에 반응하여 상승하고 하강하는 영혼의 각 상태를 신비롭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브람 뿐 아니라 이삭, 야곱, 요셉...등등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성경 속으로 들어와 있게 되고 그들 삶의 행적들은 영혼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구원에 이르게 되는지를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한 가지 밝혀둘 것은 비록 그들이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주님에 의해 선택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주님의 비밀한 섭리에 의해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한 인간으로서 아주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기실 약함과 과실이 많은 우리들이나 마찬가지 인간입니다. 그들이 다른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어 주님이 그들을 말씀 안에 기록되도록 하신 것이 아니라 그들 삶의 기록으로부터 우리가 필요한 진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한 특별한 배려인 것이지요.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은 비록 그가 선택을 받은 자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대로 그의 삶을 모방해야 할 본보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직 주님의 삶만이 그 전체로 우리의 본보기가 될 뿐이지요. 또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그들의 삶을 통하여 한 영혼이 단계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배워야 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 인물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배우려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성경을 대할 때 거기 등장하는 인물 중 어느 누가 주님께 축복을 받았기에 그가 행한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야곱의 행적이 그러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야곱의 야비한 특성은 우리를 매우 혼돈케 합니다. 그 이유는 주님이 사용하는 인물은 누구든지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그대로 본받아야 한다는 우리의 선입견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성경의 인물들은 우리와 같이 좋고 나쁜 점들을 모두 가졌기에 우리는 각 인물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 말씀의 '일반적인 의미'로는 스스로의 양심이 판단하기에 그들의 행적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따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우며 이와 달리 말씀의 '영적 의미'를 통해서는 우리 영혼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를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 성경에는 사람의 영적 상태가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변화되어 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우리로 하여금 주시하도록 하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나라가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어떤 변화를 겪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 환란이 찾아올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죄악 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하지만 그 후 그들은 회개를 하게 되고 이어 모든 것이 회복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그 평화의 높은 상태에서 떨어지게 되고 이번에는 다른 시험과 고통에 처해지다가 하나님의 자비를 인하여 또 다시 건짐을 받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는 야곱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나는데 야곱이 고난을 당하다가 돌아와 그의 형인 에서와 재회한 후 헤브론에 평화롭게 정착했음에도 다음 이야기를 보면 그의 아들들 사이에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 요셉을 이집트로 팔아버리는 좋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봅니다.

이런 식의 줄거리 회전은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집니다. 사람이 자신의 악을 인식하고 그것과 싸워 극복한 후 평화를 경험하지만 이는 전보다 더 높은 다른 종류의 시험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지요. 영적으로 한 번 강건해지면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후 더 강한 악들이 극복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모든 악을 일시에 깰 수 없기에 하나의 악을 이기면 주님은 다른 종류의 악을 보여주시고 그리하여 우리의 전 인생은 쉼 없이 앞만 보고 정진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우리 영혼의 내적 상태 변화를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을 생각하며 이제 아브람에서 이삭, 야곱을 거쳐 요셉까지 여행을 해보겠습니다.

성경을 넓은 측면에서 볼 때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세 평면(단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세 단계란 순진무구한 유아의 첫 상태로부터 그 다음 단계인 지식을 배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청소년기를 거친 후 이어 그때까지 그 영혼의 이해성에 저장된 지식과 의지에 형성된 나름대로의 애정을 토대로 하여 독립적인 사고와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는 성년기 삶에 이르는 과정들을 의미합니다. 이 세 단계를 통하여 영적 진전이 잘 이루어지면 마침내 우리 영혼은 요셉을 잉태하게 되는데 이 요셉의 삶이야말로 마치 실물과 사진과의 관계처럼 주님의 형상과 모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이는 성경에 나타난 그의 행적이 어느 누구보다도 주님의 삶과 가장 닮았던 것으로도 증거 됩니다

먼저 아브람에 관하여는 아주 어린아이는 단순하고 순종적인데 아브람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유아들에게 있는 순진무구의 천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의 특성은 비록 자기를 위해 무엇을 원할지라도 그것이 성인과 같이 이기적인 자기 사랑의 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본능에 의한 단순한 욕구일 뿐이며 또 비록 어린 아이로서 높은 이해성이나 지혜를 갖추지는 못하였을지라도 그가 지닌 순수함에 의해 주님께 가장 가까운 상태에 있게 됩니다.

이런 아브람의 상태는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세상적 판단력을 갖추게 되는 이스마엘의 단계를 거치고 그 후 진리의 빛을 받아 영적 판단력을 갖추는 이삭의 단계를 지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발판 삼아 성인의 시기에 이르게 되면 그때부터 자신의 판단력을 삶에 적용하며 독립적인 삶을 사는 단계가 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에서와 야곱 그리고 야곱의 아들들의 상태입니다. 이 시기가 모든 시기 중 가장 어려운데 우리 영혼이 거듭나는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이 단계들을 모두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아브람의 상태를 지난 후 오래지 않아 어린아이는 커서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하며 좋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데 이것이 이스마엘의 단계입니다. 이스마엘의 상태는 자연적 지식은 있으나 아직 영적 지식은 없는 상태이기에 사물의 보이지 않는 뒷면을 본다거나 자신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히려 선에 속하지 않을 수도 충분히 있다는 등의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자기의 생각만을 의지하기 쉬운데 이것이 이스마엘의 특성인 야생의 들나귀 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영적인 것은 이러한 보다 낮은 등차에 속한 것들을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더욱 진전되기에 때로는 신중히 보살핌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이스마엘에 내린 주님의 약속 곧 이스마엘이 그의 아비 아브라함의 땅에는 거하지 못하지만 그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해주시겠다는 약속의 의미입니다.

우리가 이 이스마엘의 단계를 거쳐 더욱 성장하면 이삭의 단계에 도달되는데 이는 사리 판단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온 진리의 지식에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진리로 모든 판단 기준을 삼을 때 우리의 영적 진전은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쯤에서 아브람이 죽어 자기 조상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순진성을 가졌던 우리의 어린 상태가 더 높은 상태로 진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떨구어버려지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해성이 열리고 스스로 판단하며 처리하는 독립적인 삶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아기의 특질은 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삶은 욕구(애정)와 지식(이해성) 곧 에서와 야곱으로 명백히 나누어집니다. 주님은 이 둘을 인도하셔서 우리가 선하게 되기를 원하시지만 에서와 야곱 둘 모두 결점을 가지고 서로 다툰 것처럼 우리의 욕구와 지식들은 서로 엇나가며 잘 다툽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으로 이어지는 직계 외에 롯으로부터 모압과 아모리족, 이스마엘로부터 이스마엘족, 에서로부터 에돔족 등등의 부족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모두 우리의 성장 과정에 따른 매 단계마다 뻗쳐오는 여러 생각과 느낌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삶의 배경에 존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여 때로는 우리로 하여금 크나큰 곤란을 겪게도 합니다.

이번에는 사람에 이어 성경에 나오는 거처나 장소들이 천국을 향한 우리의 여행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브람이 살던 갈대아 우르는 영혼의 처음 상태 곧 우리가 이 땅에 출생할 때 이기적 본성으로 태어나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아브람의 떠나야할 고향은 인간의 출생 시 아주 낮은 영적 상태를 뜻하고 혈연은 이기적인 애정과 생각들을 가리키며 내 아버지의 집은 부모로부터 상속되어진 유별나게 약한 부분들과 악들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이런 상태를 떠나 보다 거룩한 상태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는 그들이 거룩한 땅에 도착하기 전 하란에서 죽었는데 하란은 아직 영적이지 못한 자연적 선의 상태를 말합니다. 주님께 순종하고 선하게 살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수준의 상태에 멈추고 맙니다. 그래서 이런 외적 형태의 순종에 만족해버리고 보다 높은 영적 선을 지향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주님께 순종하려는 사람들 모두 같은 길을 가지는 못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나름대로 영혼의 빛이 다르기에 서로 동질의 영적 성장을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아브람의 형제 나홀과 그의 가족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란에 머물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거기서 번영했고 후에 아브람과 아브람의 후손들과도 연락을 끊치 않았는데 이 말씀의 의미는 영적인 것은 그보다 낮은 자연적이고 외적인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기에 이들이 무시되지 않도록 주님의 자비에 의해 보호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실상 아브람의 아들 이삭의 아내와 손자 야곱의 아내들은 하란 출신으로 그들 역시 아브람으로부터 시작된 신앙 여정에 훗날 참여하는 것을 성경에서 보게 됩니다.

아브람과 롯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가나안에 들어가서도 계속 남쪽으로 여행하였는데 해가 뜨는 동쪽이 주님께 더 가까운 심정 상태를 나타낸다면 남쪽은 영적 총명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남쪽으로 진행하는 것은 더 밝은 빛으로 영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우리가 아브람처럼 계속 진전해서 목적지까지 가려한다면 아브람이 가나안에 들어가 잠깐 머무른 세겜 곧 처음으로 맛보는 천국적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베델이라는 더욱 높은 상태로 계속 진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맛보는 천국적 상태의 각 단계마다 주님의 은혜로 충만해지는데 이것이 아브람이 도착지마다 제단을 쌓은 것의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영혼의 진정한 쉼터가 없습니다. 육체의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쉬지 않고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하는 것이지요. 아브람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그 땅에 완전히 정착하기 전에 흉년이 찾아옵니다. 흉년이란 우리 영혼이 단계적 진전을 하기 전에 먼저 맞게되는 영적 결핍 상태를 말합니다. 즉 영적으로 배고프고 목마른 것이 흉년이 주는 의미인데 이 흉년을 피하기 위해 아브람은 이집트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 이집트라는 의미는 우리의 기억이 영적이고 세상적인 지식들을 모아들여 저장하는 일종의 창고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서 이집트에 체류한다는 것은 그러한 지식들을 배우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집트에서 곡식이 풍부하게 산출되는 것은 우리의 기억이 이런 지식들로 풍부해지는 것을 나타내지만 이집트의 풍요는 하늘로부터 내려진 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발달된 관개시설과 수자원, 그리고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비옥해진 것이었지요. 이것이 뜻하는 것은 우리가 기억이라는 그릇에 모아둔 지식들은 마음 내부의 영적 깨달음에서 얻어진 내적인 것이 아니라 외적 요소들로부터 얻어진 것이기에 그 외적 지식들이 영적인 것들과 결합하기 전까지는 현저한 능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이집트에는 이러한 내적 의미가 있기에 아브람은 물론 야곱, 요셉, 심지어 육신의 몸을 입고 오신 어리신 주님까지 이집트에 내려가셨고 이 분들의 행적은 우리의 영혼이 보다 윗 단계로 진전하는 이면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외적 지식들도 경우에 따라 요긴하게 쓰인다는 것을 교훈 해줍니다. 한편으로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은 또한 우리의 영적 생활에 흉년이 들면 말씀의 글자 안에 저장된 진리의 지식들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실 말씀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깊은 영적 의미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지만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삶에 길들여진 우리의 낮은 이해성은 그것을 그대로 받지 못합니다. 인간의 이러한 약한 이해성을 돕기 위해 주님은 이 세상에 사는 인간이 일상적으로 흔히 접하는 사물들이나 사건들, 사람과 장소들 속에 그런 영적인 것들을 담아 표현해놓으신 것이지요. 이에 대한 예들은 이전에 제가 올린 '성경을 읽는 눈'이라는 글 속에 이미 증거 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집트에서 진리의 지식들을 배우는 상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아브람이 그랬듯이 거룩한 땅 가나안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이는 그 지식들을 일상의 삶 가운데 사용함으로 천국적인 인격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지식들은 우리의 겉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데 이는 우리의 겉 사람이 물질적이고 감각적이기에 이 지식이 배양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천국적이거나 영적인 것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지식이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받을 수 있는 그릇과 같아서 그 안에 천국적이거나 영적인 것들을 얼마든지 수용하여 필요시에 우리의 이해성을 열어 삶을 인도해 나가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인생에 있어 이런 지식을 기억에 넣으려고 애쓰는 시기가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또 비단 세상적인 지식 뿐 아니라 말씀에 있는 진리의 지식들까지 선용의 삶을 위하여 배운다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진리는 우리 내면의 깊은 지성으로 바로 흘러들지 않는 것은 아직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언젠가 우리가 선용할 수 있도록 먼저 기억 안에 지식으로 남아있도록 주님은 선처하십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기 욕망에 사로잡힐 경우 이러한 지식들은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기에 이집트의 의미가 성경의 어떤 부분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쓰여졌으나 다른 부분에서는 그 반대의 좋지 않은 내면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쓰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집트의 내적 의미뿐이 아닙니다. 성경의 전반을 잘 살펴보면 이편에서는 선한 의미로 사용되던 낱말들이 저편에서는 그 반대의 나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여 말씀의 영적 의미를 발견하려는 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어찌 이와 같은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주님에 의해 이 땅에 생겨난 모든 사물들은 본래 선한 빛을 띠고 있지만 인간이 욕심에 끌려 그것들을 바라볼 때는 선이 악으로 또 악은 선으로 뒤바뀌어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언제나 인간의 마음은 의지의 자유성을 보장받기 위해 선과 악 사이 영적 평형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주님으로부터 온 선한 빛은 각 영혼이 그 빛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천국적인 빛으로부터 지옥적인 빛에 이르기까지 정반대의 개념으로도 인식될 수 있는 것이고 주님은 이와 같은 인간의 특성을 감안하여 성경에 쓰인 어느 한 낱말 속에 선과 악의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놓으신 것입니다. 이 말은 결국 모든 사물은 그 쓰임새에 있어서 인간이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고 반대로 악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본다면 주님이 이 땅에 짚히러 오신 불은 좋은 의미를 나타내는 사랑의 뜨거움을 뜻하지만 지옥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은 좋지 못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사람의 마음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상태에서 욕망으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집트에도 이러한 나쁜 의미가 있기에 지식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내려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삭은 흉년 시에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이 주님에 의해 금하여졌습니다. 이때의 이집트는 영적인 것에 반대되는 세상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사 등을 단순히 가리키는 의미가 있어 이삭과 같이 영적인 삶을 추구할 때는 반드시 이집트와 같은 세상적인 관심사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애굽(이집트) 탈출도 같은 의미이지요.

순진무구의 상태에 있었지만 아직 인생살이나 영적인 것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 불완전하던 우리의 유아기를 표현하던 아브람이 이집트에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가축과 금은을 많이 가진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전 먼저 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것들에 대해 배우고 그 결과 지식들이 풍부해지는 것을 뜻하는데 이렇게 획득한 지식들을 가지고 주님을 섬기는데 활용하는 단계가 바로 아브람이 재물을 얻어 가나안으로 돌아오는 상태입니다. 여기 재물이란 것은 우리 영혼을 풍요로 채워줄 진리에 대한 지식들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는 가운데 우리에게는 필히 광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광야의 의미는 우리가 세상적인 것과 자연적인 수준 위를 보지 못할 때의 마음 상태 다시 말해 이리저리 배회하며 영적인 집을 마음에 굳건히 짓지 못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참으로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40년간 광야를 여행하는 것은 영혼의 진보 과정에 대한 그림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삶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영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또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우리의 영적 상태가 이리저리 옮겨지지요. 그래서 때로 우리는 뒤쳐지기도 하고 그대로 머무르기도 하며 앞으로 진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영혼이 때로는 고난 속에 때로는 주님의 인도 속에 갈 길을 가면서 점차 윗 단계로 올라가기도 하고 아니면 퇴보하여 밑으로 추락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움직임이 싹트는 것을 성경에서는 아들을 낳거나 해산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낳는 것은 좋은 의미로는 진리의 새로운 발달과 지적 능력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잘못 낳아진 아들은 그 반대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진리가 비록 우리 영혼을 풍요로 채워줄지라도 진리를 얻는 것은 그보다 앞서 세상적 지식들을 한 가지씩 습득해나가는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외적 지식으로 사는 삶의 상태를 가리키는 이스마엘(아브람의 첫아들)은 이집트에서 온 여종 하갈에게서 태어납니다. 이 첫아들은 영적인 지각은 없이 외적이고 자연적인 기준에 따라 주위의 모든 세계를 판단하는 상태를 나타내지요. 이때는 영적 판단력이 없이 자신이 올바르다고 인식하는 것을 그대로 주장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런 이스마엘은 영적 근원지가 되는 아브람의 집에서 나가고자 하는 그의 어미가 되는 하갈의 상태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과 그분의 말씀을 따라 판단하고 옳은 것을 진실로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 영적 판단력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영적인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사라를 어머니로 해서 출생하는 이삭의 상태인 것입니다. 이삭은 주님이 나를 주장하도록 내맡기는 진정한 총명의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로 인해 아브람의 상속자는 이스마엘이 아니고 이삭이 되는 것이지요. 이스마엘로 표현된 우리의 자연적 합리성은 우리의 영적 삶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이는 아브람의 혈통을 이을 수 있는 것은 영적 합리성을 지닌 이삭에게서 난 자라야 되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적 합리성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영적인 판단력이 자라게 되기에 아브라함과 사라가 늙어서야 이삭이라는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른이 된 이삭은 우리의 이성이 충분하고 올바르게 발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이스마엘의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지요. 어린 아이가 점점 자라 이성이 형성되며 처음 얻게 된 지식으로 사리를 판단할 때 많은 실수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지식이란 것이 얕은 표면적 지식에 불과하기에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다른 이의 식견에 귀를 잘 기울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삭이 태어날 당시 이스마엘의 나이는 14살이었습니다. 내 속의 이스마엘은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하도록 자극하지만 내 속의 이삭은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도록 나를 권면 합니다. 만일 우리 안에 이삭과 같은 영적 판단 능력이 자라나기를 원한다면 이스마엘은 적당한 위치에 있도록 붙잡아두어야 합니다. 이스마엘이 비록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이기는 해도 그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이스마엘의 상태를 잉태한 그의 어머니 하갈은 이집트 출신 노예입니다. 하갈의 의미는 자연적인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나타내지만 이러한 열정은 영혼을 위하는 진정한 애정은 못되며 단지 애정의 노예 수준에 불과할 뿐이어서 통제 하에 있어야 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이런 자연적 애정이 분수를 몰라서 제 위치에 가만히 있지 않으면 쉽게 영적 애정들을 경멸해버립니다. 하갈이 사라를 경멸한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의미가 있고 하갈과 이스마엘은 결국 아브람의 진정한 상속자를 위하여 우리 마음에서 좇겨 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리할 때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하신 약속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모든 판단의 근원을 자신의 분별력으로 삼던 이스마엘은 이렇게 한쪽으로 제쳐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이 상태에 머물러 영적 성장을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도덕적인 삶을 살고 교회의 일원으로 정규적인 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궁극에 이런 외적 선에 취하여 더 높은 세계로 진전하지 못하고 맙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 행하는 선이 본질적인 것인가를 반문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기도 합니다. 자연적인 삶은 영적 삶을 경멸하고 영적으로 조롱하여 마치 이스마엘이 이삭을 조롱하고 하갈이 그의 여주인 사라를 조롱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영적인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사라에 의해 좇겨 나게 되고 목이 타서 죽게 되는 것과 같은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럴지라도 그들은 주님의 보호를 받아 고통에서 건짐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저처럼 낮은 자연적 합리성일지라도 분수를 지키고 적당하게 사용하면 세상살이에 도움을 주며 자연적 경험을 바탕으로 영적인 것들을 규명하고 진리를 반기는데 꽤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리고 순진한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아브람은 여전히 하갈과 이스마엘이 집에서 떠나는 것을 마음 아파하게 됩니다. 또 하갈이 자기 아들 이스마엘을 위해 이집트에서 그의 아내를 데려온 것도 이런 교훈과 관련이 있는데 이집트에서 온 아내의 의미는 자연적 지식을 좋아하는 애정을 뜻하여 이스마엘의 상태와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이스마엘과 이삭을 포함하여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즉 가인과 아벨, 요셉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 신약에서는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 등등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이루어 가는 영혼의 형상과 모양에 관계된 두 겹의 특질이 이들의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의도(의지, 선, 사랑)와 생각(이해성, 진리, 믿음)이 그것입니다. 여기 에서와 야곱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둘의 의미는 젊은이들이 양친의 품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하는 첫 시기에 나타나는 애정과 이해성이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에서와 야곱 이야기를 보면 둘은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그들의 이미지는 아주 판이합니다. 에서의 다른 이름은 에돔인데 이 의미는 붉다(red)는 뜻으로 에서는 살결이 붉고 털이 많으며 사냥꾼이 되어 들판에서 살고 반면 야곱은 매끈한 살결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성격은 차분하고 양떼와 가축을 돌보며 집에 머물러 삽니다. 그의 아버지는 에서를 더 사랑하고 어머니는 야곱을 더 사랑합니다. 야곱은 그의 형과 약삭빠른 흥정을 하지만 에서의 결함은 더 커서 그는 자기의 일시적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장자로서의 상속권을 희생시켜 버리지요. 그리고는 축복을 빼앗기자 야곱을 죽이려 합니다. 에서가 야곱의 덫에 걸려 팥죽 한 그릇에 생득권을 판 것은 우리의 의지가 세상적 생각들에 끌린 나머지 사랑과 순종의 삶으로 천국을 상속받을 수 있는 상속자 되기를 포기한 것과 같습니다.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 역시 그 조상인 아브람으로부터 풀어야 합니다. 주님이 아브람이라는 속 사람에게 남겨두신 순진성은 이삭이라는 영적 합리성과 함께 장차 인간을 거듭나게 하시는데 사용되어지는데 만일 우리가 거듭나고 있다면 겉 사람의 자연적이며 외적인 삶까지 변화되는 것을 그 증거로 삼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속에 진실한 사랑이 있다면 겉으로 그 사랑의 행위가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브람(유아기, 속 사람, 선한 애정)에 있던 순진무구의 상태가 이삭(청소년기, 합리적 상태의 사람, 진리의 지식)이라는 영적인 진리에 눈을 뜨는 상태를 지나 이제 에서와 야곱(성인, 겉 사람, 행위와 삶)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을 삶에 적용시키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씨가 자라는 것은 최후에 열매를 맺고 번식을 목적으로 하기 위한 것처럼 처음 아브람으로부터 신앙 여정을 떠나는 궁극의 목표는 에서와 야곱의 삶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람이나 이삭이 야곱보다 앞선 선조임에도 그들의 후손은 '야곱의 씨' 또는 '이스라엘의 자녀'로 불리는 것이지요. 에서는 자연적 평면(단계)의 선이나 선에 대한 욕구를 그리고 야곱은 그 수준에 대응하는 진리나 진리에 대한 이해성으로 그려지는데 이들이 쌍둥이인 것은 영혼의 본질적 요소인 선과 진리, 그 의지와 이해성이 평등하게 나란히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형제 중 집을 더 사랑한 야곱이 부모 품을 떠나 수많은 세월을 타향에서 봉사한 후에야 다시 돌아와 자기 유산을 즐기게 되는 것은 우리의 이기적인 이해성이 고된 훈련을 통하여 점차 깨끗해진 후에야 비로소 애정과 결합하여 온전한 선과 진리의 상태로 나아감을 보여줍니다. 야곱이 머물렀던 외삼촌의 집이 있는 하란은 우리의 단순한 순종심을 나타내는데 우리의 이해성이 거기 머물면서 그런 순종심을 배워야 애정을 선으로 이끌어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야곱이 아버지를 속여 형에게 돌아갈 축복을 가로챘지만 창 27장 39-40절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후에 에서가 받은 축복이 더 좋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곱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는 것은 우리 마음이 세상적인 지식의 풍성함에 더하여 깊은 신앙심도 소유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에서와 야곱의 출생은 아브람으로 표현된 순진무구의 유아기 상태에서 이해력이 점차 진전된 이삭의 상태를 거쳐 이제 독립적인 판단에 의한 삶을 사는 시기인 성인으로 발달되는 과정 중 세 번째인 마지막 단계에 속합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속 사람에게 심어진 선한 씨가 점차 진리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성을 거쳐 마침내 겉 사람의 이해성과 의지에까지 선과 진리를 나타내게 되는 과정을 표현합니다. 이 시기에서는 의지와 생각 즉 원함과 지식은 명확히 구별될 수밖에 없기에 아들 하나가 아닌 쌍둥이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에서는 의지를 야곱은 지성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의지는 생각이 있기 전 생각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동기이기에 먼저 태어남이 원칙이지만 인간의 의지는 이기적 상태로 태어나므로 시간과 공간 안에서는 지성이 먼저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에서가 야곱의 형인 위치에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의지나 애정이 이해성보다 더 영혼의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 생애를 망라하여 야곱이 에서인 체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옳은 것을 행동하기 전 먼저 옳은 것을 이해성이 지니는 지식으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의지와 애정을 뜻하는 에서가 형의 위치에 있음에도 인간의 이해성이 얼핏 윗자리에 앉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주님이 허락하시는 이유는 의지가 지닌 악을 이해성으로 먼저 보게 하여 이를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비록 에서 대신 야곱이 우리 집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함은 마땅할지라도 머지않아 에서가 자기 아우의 멍에를 떨치고 일어서게 될 날이 다가올 것인데 그때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새 의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비록 에서는 인간의 욕구적 측면을 그려주고 야곱은 진리 또는 인간의 생각하는 측면을 그려준다고 할지라도 행동 속에서 이 둘은 하나가 되어 세상에 나타납니다. 에서가 장자이었듯 우리에게도 욕구가 먼저 일어나고 이 욕구에 의해 생각이 일며 행동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원하는 것 즉 욕구를 행동에 옮기려면 '어떻게' 라는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눈에 보이는 상태로는 야곱이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마음의 욕구나 애정은 사실 그 자체를 가만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 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욕구나 애정 그 자체를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실제 우리가 대부분 느끼는 것은 그 욕구나 애정들이 우리의 뇌 속에서 생각으로 변환되어 나타내어진 것을 우리는 느끼는 것이지요. 실제로 자신의 마음을 가만 살펴보면 자신이 무엇을 원한다는 느낌이 있을 때 그는 이것을 자신의 생각 속에서 떠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욕구나 애정이 본질임에도 겉으로는 우리의 이해성이 욕구를 이끌어 가게 되는데 야곱이 책략자로 불리는 것은 이와 같은 사정 때문입니다.

우리는 때로 겉으로 일어나는 선한 듯 여겨지는 생각들 때문에 자기 마음 속에 가려진 본질적으로 악한 애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야곱이 에서인 체 하는 것으로부터 나타나는 피해중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러나 주님은 선한 듯 여겨지는 생각들 속에 들어있는 우리 마음의 진짜 동기를 알고 계십니다. 마치 속은 하얀데 겉으로는 빨갛게 보이는 사과처럼 우리의 생각과 의지는 전연 다를 수가 얼마든지 있지요.

그러나 때로 동기가 이기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그에 의해 겉으로 나타나는 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동기는 좋지 않지만 이런 선조차 행하는 것은 전혀 그것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좋은 습관을 형성해 가면서 점차로 선을 순수하게 사랑하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처음부터 순수한 선을 행하기는 이처럼 어렵고 대개가 불순한 것이 포함된 선을 행하는 가운데 점차 질 좋은 선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야곱이 그러하듯 에서 역시 이기적이었는데 이와 같이 우리의 젊은 시절에 지니던 생각과 애정들은 아주 이기적일 뿐입니다. 야곱과 에서가 다시 재회하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기간이 흘렀는데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은 모두 힘든 노력과 훈련을 거쳤던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애정이 주님을 섬기는 데는 이 두 사람처럼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지요.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이해성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삭이 늙어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는 의미는 사람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을지라도 그의 영적인 이해성은 선한 애정을 위하여 아직 아무런 구실도 하지 못하는 상태 다시 말해 선한 의지가 주동이 되어 자신의 이해성을 이끌고 가는 단계로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이럴 때는 비록 선을 행할지라도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선에 불과할 뿐인데 이것이 에서가 자기 아버지를 위해 사냥고기를 잡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여기 에서는 자연적인 선을 행하고자 하는 욕구를 나타내고 고기를 사냥하는 것은 선을 행하고자 하는 노력을 뜻합니다. 고기에 이런 의미가 있기에 성경에서 주님은 자신의 살을 먹으라고 하셨고 또 이스라엘이 제사를 드릴 때는 양의 고기를 먹어야만 했는데 이렇게 우리 영혼은 반드시 선한 애정으로 가득 채워져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첫 상태에서 에서가 행하는 선은 그 질에 있어서 순수하기보다는 이기적인 면들이 함께 뒤엉킨 양상을 띠게 됩니다. 선에 묻은 이런 불순한 점들을 떨치고 질 좋은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해성이 애정을 돕는 역할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것이 아버지를 위해 염소 두 마리를 잡아 바치는 야곱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 발달 단계에서는 진리가 선보다 더 바람직한 것처럼 보여짐으로 우리를 돕는 것이지요. 그래서 야곱은 에서의 옷을 입고 그의 손과 목에는 염소가죽을 감고 에서인 체 하는 것입니다. 또 이삭의 말인 바 '말소리는 야곱의 소린데 손은 에서의 손이라' 는 뜻도 이와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요셉의 삶을 돌아봅니다. 요셉은 주님의 지상 생활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집트로 옮겨졌던 일이나 그들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에게 배반당한 일, 은전 몇 푼에 팔리운 일, 언제나 믿음직스러웠고 언제나 용서했으며 자기 백성들의 구원자였고 요셉처럼 주님의 겉옷도 취하여져서 그분이 죽었음을 입증하는데 사용되기도 한 일 등등입니다.

야곱이 우리의 일상생활 면에서 주님의 가르침을 이해성 안에서 수행하려는 노력을 표시한다면 그의 열두 아들은 그 노력 중에 함께 하는 모든 선한 애정들을 나타냅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볼 때 이러한 선한 애정들은 질이 높은 애정들과 낮은 애정들로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은 우리에게 필요하기에 음식을 사랑하는 애정도 만일 그것이 과한 것이 아니라면 선한 애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애정은 질 면에서 그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을 이런 각도로 보면 애정의 깊이에 따라 그들을 몇 그룹으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라헬의 두 아들이 그중 가장 높은 애정이고 레아의 아들들은 제일 높은 애정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는 애정들이며 몸종의 아들들은 라헬과 레아의 아들들을 돕는 가장 바깥쪽의 낮은 애정들로서 보다 낮은 차원의 외향적 발달에 쓰여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시간상의 순서로 보면 먼저 출생한 아들들은 우리에게 처음 발달하는 외향적 애정들이고 라헬이 낳은 마지막 두 아들은 야곱이 가장 사랑했는데 이들은 우리의 영적 발달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깊은 영적 애정들과 사고들을 의미합니다. 이들 모두가 우리 삶에 적재 적소의 위치를 점유한다면 모두 다 유용하게 사용될 것들이지요.

그러므로 야곱의 열 두 아들 모두 우리의 필수적인 애정들을 표현하기에 우리는 이 애정들을 잘 사용하여 선을 생산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애정들이 때로 뒤집혀 이기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밑에서부터 허물어져 이를 다시 세우는데 크나큰 노력과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야곱의 열 두 아들들이 무리를 지어 서로에게 반목하듯 우리 마음 속에서도 이런 애정들의 갈등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들이 언제나 조화를 이룰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야곱의 열 두 아들 중 영적인 것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나타내는 요셉과 베냐민은 우리의 가장 높고 성숙한 자질을 뜻하기에 이스라엘은(야곱) 요셉을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라 하여 어느 아들보다 더 사랑하였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 것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영적인 것을 파괴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의 영적 본성은 세상보다 내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지만 세상에 이끌리는 다른 요소들은 감각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향하는 마음과 생각들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주님으로부터 받아 우리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종교적 자극이 요셉의 또 다른 의미임을 감안해본다면 얼마나 많은 세상적 자극이 종교적 자극을 파괴하려 애쓰던가요. 이것이 은 이십 냥에 이집트로 팔려 가는 경우입니다.

성경은 말하기를 야곱이 라헬을 가장 사랑하였으며 이 라헬에게서 낳은 요셉을 또한 무척이나 사랑하였기에 그에게 채색 옷을 입혀주었는데 이 채색 옷이란 선한 애정에서 나온 아름다운 진리를 뜻합니다. 요셉에게 채색 옷을 입혀주었다는 의미는 이러합니다. 즉 요셉의 내적 의미는 유아기의 아브람 때부터 속마음에 심겨진 선한 애정이 자연적, 영적 지식들을 섭렵하여 점차 성숙된 상태에 들어선 것을 뜻하는데 영혼이 주님과 천국을 향한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요셉이야말로 그 외 보조적인 성격을 띤 다른 애정들보다 한결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보다 더욱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앞서 설명을 드린 바대로 애정의 발달은 진리에 대한 이해성을 수단으로 삼기에 먼저 진리에 대한 영적 이끌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연유로 요셉은 아름다운 진리의 채색 옷을 입도록 섭리된 것이고 영적 등차가 높은 진리일수록 그 아름다움 또한 돋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상 살펴본 것과 같이 요셉은 그의 형들과 다른 뛰어난 점이 있기에 이로 인해 형들에게 미움을 받게 됩니다. 그는 꿈장이인데 그의 꿈은 그가 형들이나 심지어는 부모보다 더 위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외향적 기질이 우리 마음을 지배하면 영적인 애정은 죽기 마련인데 이것이 형들이 요셉을 미워하여 조롱하고 죽이려는 것입니다. 과연 요셉은 이집트로 상징된 겉 사람의 외적 지식들 속에 파묻혀 한 동안 그 곳에 억류되어 잊혀지고 맙니다. 외적 지식들이 영적 사랑보다 더 귀여움을 받게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지요.

그럴지라도 자비의 주님은 요셉을 보호하셔서 장차 그의 가족이 기근을 당할 때 요셉으로 인해 건짐을 받도록 섭리하십니다. 즉 주님은 우리들 초기의 종교적 애정과 생각들을 기억 속에 보존하시고 자라게 하셔서 영혼이 기근을 당할 때 재발견되도록 해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셉이 죽지 않은 것이 그의 형들에게는 크나큰 복이 되는데 이미 아는 바대로 그들이 요셉의 도움을 입을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요셉이 팔려간 후 야곱은 요셉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우리가 세상적 삶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높은 영적인 생각들을 오랫동안 한쪽으로 치워놓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때로는 이것들이 아주 없어진 것처럼 잊혀지기도 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요셉이 다시 그의 가족들을 만나듯 주님은 우리 속에 이러한 자질들을 보존하시고 언젠가 영적 진리와 선이 우리 삶에 친근하도록 생각될 때를 기다리고 계시지요. 요셉이 이집트의 감옥생활로부터 고관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요셉이 상징하는 이런 영적 능력이(이를 성경에서는 꿈의 해석 능력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 속에서 나타날 때 우리 안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생각들을 이끌어 보다 높은 영적인 세계로 인도해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그의 형들이 기근을 당하자 요셉에게 찾아와 도움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요셉이라는 영적 애정은 아브람으로 표현된 남은 그루터기에서 영양분을 얻어 낳아진 결과이기에 사실 아브람의 전 신앙 여정은 요셉을 낳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이어 영적 애정이 생기면 그에 따라 영적인 생각들도 나타나는데 이것이 요셉 뒤에 출생한 베냐민 곧 영적 애정을 이해하려는 이해성 또한 낳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요셉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상속된 영적인 애정이라면 베냐민은 그 이해성이 지니는 생각들입니다. 이를 응용하면 요셉과 베냐민은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려는' 의욕과 생각을 표현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요셉과 베냐민은 우리 마음에 아브람때부터 종교성으로 남겨져 있다가 점차 그 세력이 커져 우리가 세상적이 되거나 이기적인 상태로 흘러가는데서 우리를 건져내어 줄 것입니다. 주님은 이렇게 우리가 아주 어릴 적에 요셉을 주시고 이 특질들을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보존하시면서 우리가 영적 필요성을 느낄 시기가 오면 다시 이것을 끄집어내어 사용되어지게 하시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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