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남자에게 내려주신 아름다움이 있다면,

근육과 수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부터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운장의 긴 수염과 장비익덕의 다음어지지 않은 털봉숙수염을

마음 속으로 깊이깊이 흠모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염을 기르지 못했던 이유는 ...

우리 사회의 터부 때문이었다.

 

일단 직장에서도 짤릴 수도 있고,

알바도 못 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 20대는 수염을 기르도록 허락해주지 않는다.

싸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귀감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도

시각적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그것이 종교직업인의(사례비를 받든 안 받든) 직업적 프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키가 작아서 172밖에 되지 않는데(실제 키 ... 키 안 높임.)

80킬로그램 전후로

몸 전체를 근육으로 덮어볼까 생각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몸짱 그런 거 말고.

 

토굴에서 방금 기어나온 곰 같은 그런 이미지.

 

그리고 그 얼굴에는 구렛나룻과 콧수염과 턱수염이 완전히 이어지는

수염이 자리 잡히고 ...

평상복은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고 ...

 

경조사 때는 동대문시장에 가서 맞춤복으로 로만칼라를 장만하는 것이다.

여름용, 겨울용

이렇게 두 벌만 준비하면 ...

정장을 준비하지 않아도 ...

각종 장례식 및 결혼식에 ... 평생 써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질 좋은 바리깡을 사서 헤어스타일은 항상 스포츠머리로 유지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 설레이고 ...

너무나 미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운장의 길고 아름다운 수염보다는 ...

다듬어지지 않은 장익덕의 거친 수염이 ... 좀 더 끌린다.

관운장의 수염은 음식 먹을 때 ... 뭐 묻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먹고 사느라 시간이 없어서 ... 하고 싶은 것을 별로 하지를 못했다.

 

농사도 지어보고 싶고 ...

집도 지어보고 싶고 ...

가죽 만들어서 가방이나 신발도 만들어 보고 싶고 ...

목재를 사다가 가구도 만들어 보고 싶은데 ...

 

이거이 다 돈이다.

 

지나고 나면 다 후회다.

왜 노가다를 뛸 때 ... 잡부로 만족하고 ... 기술을 배우지 않았더란 말인가.

밖에 나가서 학원에서 배우려고 하면 ... 다 돈인데.

 

그러나 이제는 후회하기 싫다.

근육도 물론이지만 ... 수염은 반드시 기르고 싶다.

 

언제쯤이면 사회의 시선에서 가벼워질 수 있을까?

 

서른이 되면?

서른 중반이 되면?

마흔이 되면?

 

그러나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