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에겐 타자성을 느끼게 하지만, 스스로는 타자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세력들이 어디가나 있습니다. 자신이 유일한 선이고, 정의이기 때문이죠. 그 대표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들 수 있죠.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그때 의미상 ‘훌륭한 신자’였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이들은 왜 21세기 한국에도 나타나는 걸가요? 왜 거리로 나와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쳤던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명동이나 인사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뉴스앤조이 김은석

“구원해주신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신앙 때문에 죽는 것이야말로 의로운 죽음”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되셨고,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저는 열다섯 살에 ×××교회를 친구 따라 갔어요. 그것이 처음 교회에 간 것이었죠. 그러다 부흥회에 가서 이른바 은혜를 받고, 신학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른 모든 것을 접고 신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 전 무척 뜨거운 사람이었어요. 그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저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절 구원해주신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신앙 때문에 죽는 것이야말로 의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탄절이 오기 4주전을 대림절이라고 해요. 저는 대림절이면 예수님을 한 순간이라도 잊지 않기 위해 맛있는 음식도 절제하고, 평소 즐기던 취미도 삼갔어요. 특히 커피를 좋아했는데 그 기간에는 커피를 딱 끊었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예수님을 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예수님을 위해 고난도 자처하였죠. 겨울이면 따듯한 물에 머리를 감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다니면서 예수님 생각을 하려고 했어요. 반찬은 한 끼에 한 가지, 그것도 가끔은 소금이나 간장만 먹기도 했어요. 그렇게 예수님만을 간절히 생각하면서 성탄을 기다리는 것이 좋았어요.

직업 또한 예수님의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겨우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만 갖기로 했고, 돈을 많이 벌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돈을 사랑함이 일만 가지 악의 뿌리가 된다고 하셨거든요. 예수님은 머리 둘 곳이 없으셨는데, 예수님처럼 거룩한 가난을 좇아 사는 것과 소외되고 어려운 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작정기도도 자주했어요. 40일 아침 금식 작정기도, 40일 작정철야기도, 금식기도 등등 참 쉬지 않고 기도하기 위해 힘썼어요.

연애를 하거나 음욕을 품는 일도 몹시 부끄러운 일이라 이성의 몸이 저의 몸에 닿으면 도려내리라는 각오로 이성을 멀리했으며, 내 눈빛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혹시라도 줄까 싶어 빤히 쳐다보는 것도 삼갔어요. 사람들의 말이 예수님의 명령이라 생각하고 순명하는 마음으로 죄가 되는 일이 아니면 꼭 들어주려 애썼어요.

-예수천국 불신지옥 띠를 두르고 전도도 했는데, 어떤 생각으로 하셨나요?

당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였는데 출근시간에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할 수 없었고 퇴근시간을 이용하여 전철에서 정말 간절하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천국은 있습니다. 지옥은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등등을 외치며 전도지를 돌렸어요. 버스를 타면 다음 칸이 없기 때문에 그냥 옆 사람에게 예수님을 믿으시라고 조용히 설득하였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이렇게 좋은 걸 왜 믿지 않는가? 삶의 목표나 즐거움은 다 스러져갈 것들인데, 왜 그렇게 이 땅의 삶에 목메어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었죠. 믿음 없이 세상의 열락을 취하며 살다가 지옥에 갈 많은 영혼들이 안타깝고 불쌍했어요.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무조건 지옥에 간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죠. 왜냐면 성경에서 예수님이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 나라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 당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그 좋은 천국에 예수를 믿지 않는 가족들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없는 것이었어요. 밤마다 가족들이 예수님을 믿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나 응답은 없어 보였죠.

지난 90년대만 해도 북한산에 올라가 기도를 할 수 있는 시절이었어요. 밤새 기도하고 아침에 내려오는 사람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 소음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기에 큰소리로 기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산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정말 온 산이 떠나가라 기도를 했어요. 전 밤중에 높은 산에 올라가 도시를 바라보면서 이 한 몸을 예수님이 기뻐하는 하나님 나라가 오게 하고, 저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을 구원하는데 바쳐야겠다고 결심하곤 했죠. 그 한겨울에 비닐하나를 뒤집어쓰고 새벽까지 정말 소나무뿌리를 붙잡고 기도를 하였어요.

그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사람들이 성경공부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하여 성경공부를 진행하기도 하였어요. 책을 읽어도 세상의 출판사들이 편 책은 보지 않고, 거의 기독교 쪽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만 읽었어요. 삶의 이유와 목적이 모두 예수님을 위해 사는 것이었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여 많은 사람들이 천국에 사는 것이었죠.

“목사님 얘기와 성경책만 믿으며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는데 이 한 몸 바쳐야겠다고 결심” 

-그렇게 열렬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생각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요?

어느 날, 사람들이 오로지 교회, 교회 하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가 22살이었는데, 생각해보니 20년간 다양한 것을 접해 보지 못하고, 목사님 이야기와 성경책만 믿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겨났죠. 다시 입시 준비를 하려고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오강남 교수님이 쓴 <열린 종교를 위한 단상>이란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읽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지금껏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조직신학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친절하고 조리 있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저술한 것이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이 계속 끌렸어요. 그래서 도서관 그 칸에 있는 다원주의에 관련된 모든 책을 모조리 읽었어요.

그러면서 가슴 한 쪽에 제가 쌓았던 성이 차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성은 차츰 무너져 갔으나 제 영혼은 점점 자유로워져 갔어요. 더불어 이외수님이 쓴 글을 모조리 찾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세상과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까, 내가 반드시 옳다고 믿어 왔던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당시 저는 제 신앙색이 바뀌면 죽는 줄 알았어요. 죽을 것만 같았죠. 예수님이 이런 불온한 서적을 읽는 저를 보시면 얼마나 한심해 하실까, 그러나 하나님은 대자대비하시지요. 그래서 제가 잠시 이렇게 의심하고 뭔가 고민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래도 겁이 났어요.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겠지만 내가 하나님을 떠나면 난 어떻게 될까. 설마 지옥에 갈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이광수 목사(인천풍성한교회)는 매일 인천 지하철 1호선에서 노방전도를 한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그러나 새로 알게 된 신앙은 저를 새로운 결단을 하게 했죠. 그 동안 맹목적 신앙에서 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한 자유로움은 지옥의 두려움마저 잊게 했어요. 혹시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지옥에 가게 된다면, 하나님 죄송합니다. 가겠습니다, 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죠. 그 믿음은 하나님이 절대로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그 믿음 때문에 저는 점점 더 다른 사상과 생각 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저는 온갖 종류의 종교서적을 읽게 되었어요. 결국 전 죽진 않았죠.

-기존 교회 가르침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때의 두려움은 죽음만큼 큰 것이었으나 공부를 하며 얻은 자유는 죽음과 바꿀 만큼 큰 기쁨이었죠. 그러나 그 고민을 아무에게도 말 할 수가 없었어요. 오로지 책으로만 넓은 신학을 접했던지라 교회목사님이 혹시 저의 사상을 알게 될까 겁이나 숨기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기회가 되어 ○○교회를 알게 되고, 그 교회에 등록하였어요. 거기서 배운 건 더 커요.

예수 세미나, 다중예수설, 화이트헤드의 과정신학, 여성신학, 기독교환경운동 등등 더욱 열린 신학을 접하면서 교리라는 것은 사람이 만드는 것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그것은 신앙과 다른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신앙을 더욱 깊이 하는 것은 오로지 기독교만이 아니고 다른 많은 종교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신앙을 깊게 하기 위해서는 바른 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야말로 자신에게 적합한 옷을 입는 것처럼 종교는 틀에 해당하는 것이지 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참된 진리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거예요. 얽매임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 것 같아요. 참된 신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고 다른 사람까지도 더불어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죠.

“예수를 믿음으로써만 구원 받는다는 배타성이 없어지면 한국교회의 존재 목적이 흔들려”

-한국교회가 지금 어느 상황이고, 사회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나요?

오년 전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저는 한국교회의 상황이 매년 다르게 돌아간다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 잘 알지 못해요. 예전의 저처럼 길에서 전도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고, 교인수가 줄어든다는 소리만 듣고 있어요. 다양한 실험적인 교회들도 많고, 우리나라의 교회들도 여러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심이 되는 교리, 즉 예수를 믿음으로서만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교리가 중심이 되는 한 한국교회는 배타적일 수밖에 없죠. 물론 종교마다 배타성이 있지만 한국교회가 갖는 배타성은 그 성격이 다른 것이에요. 예수를 믿음으로서만 구원 받는다는 배타성이 없어지면 한국교회의 존재 목적이 흔들리기 때문이겠죠.

예수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배타성 때문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죠. 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타종교에 대해서 결코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울 거예요. 그것은 종교 우월성을 낳게 하니까요. 미국이나 유럽을 예로 들어서 서구 기독교를 믿어야 부유하게 잘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배타성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고 봐요. 기독교가 가지는 한계니 우리에게 피해 주지 않는 한 그냥 인정하자는 쪽과 보수적이긴 하지만, 사회에 끼치는 일부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소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의 좋은 점도 많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다닐 텐데, 어떤 이유들이 있나요?

글쎄요. 예배하고, 양육 받고 사랑받고 존재감을 느끼고 위로받고, 사귐을 통해 사업도 확장하고, 연애도 하고,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니는 것 같아요. 참고로, 저는 교회의 역할을 교제, 양육, 예배, 선교 등을 꼽아요.

일단, 교회의 장점이라면 네트워크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거예요. 교회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계층이 도움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죠. 또한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런 근원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죠. 모두는 아니겠지만 교인의 상당수는 신앙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더라고요.

-교회를 놓고 사람들이 옥신각신하는데, 그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그 동안 다녔던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과 집사님들과 청년 형제자매들이 아니었으면 어둠의 긴 터널을 결코 빠져 나올 수 없었을 거라는 거예요. 저에게 살고 싶다는 희망과 큰 힘을 준 교회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언제나 교회에 다녔고 교회는 저의 전부였어요.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분들은 계속 열심히 다니세요. 편하고 행복한 것을 선택하세요. 믿어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믿지 마세요. 한번쯤 깊은 성찰을 통해 다른 쪽으로도 생각해 보세요. 다음으로 비상식적인 교리가 믿어지지 않고,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목사님에게 지쳤거나, 교회의 부조리한 행정에 분노하는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신에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면 고민하세요. 고민이 오는 것은 그것이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해서 오는 것이거든요. 고민을 회피하지 말고 마주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나의 종교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에게. 저 사람이 입은 옷이 불편해 보인다고 해서 내가 가서 벗겨주려는 것이 어색한 일인 것처럼 나의 종교는 옳고 타인의 종교는 틀리다고 하는 것은 하늘이 낸 가장 알맞은 조건을 인위적으로 거스르려는 것과 같아요. 그 사람의 태어난 배경과 자라온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그 지역의 문화와 풍토에 가장 알맞게 발전해온 이웃종교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극우단체와 함께 '부시 환영 기도회'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