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시고 글을 올리셨군요.

역시 정실장님은 말보단 글이 더 정돈되고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로서 자신을 잘 표현한다는 것, 정말 좋은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그저 몸뚱이 하나 던지는데 만 소질이라면 소질 일뿐이라...

근데 말이죠, 정실장님이 약간 넓은 광장에 논의를 끌고 왔으니,

정실장님의 궁금증에 조금이나마 해소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제가 생각하는 점을 조금 변명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큐메니칼 연합교회’는

2004년에 준비과정을 시작하여 2년을 거쳤고

2006년에 출범을 알렸죠.

그리고 2008년 말경 거의 폐업(?)상태로 다운되었고요.

헌데, 정실장님의 표현대로 라면 ‘와해’된 원인이

‘신학적 합의의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매달 한 번씩 재밌게 친교하며 잘 놀다가’

‘그냥 와해되어 버린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건 조금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주도적으로 이 모임을 이끌고 함께 참여한 멤버 입장에서 들으면

약간 서운한 표현이라 봅니다.

매달 거르지 않고 부산서 순천서 구례서 전주서

천안서 오산서 안성서... 서울로 올라와

정말 열심히 공부도하고 토론도하고

신학적 논의를 심도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사는 분들은 4년 동안 꾸준히 서울로 올라온(몇 차례 지방 모임도 있었지만)

노력과 열정과 실험을 그런 간단한 말씀이나 폄하적 뉘앙스로 말할 수는 없겠죠.

물론 뒷풀이 마당이나 별도의 놀이도 빼 놓을 수 없는

동지들의 유대감 고취와 한맘 한몸 공부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잘 놀 줄 안다는 것은 잘 어울린다는 것이고

하나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는 다른 표현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리했건만

하나로 단단한 동아리가 되지 못하고

신학적 합의와 실천을 담아내지 못한 이유는 뭘까? 묻는다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왜 한때 ‘예수살기 교회’가 와해되었느냐고 외부 입장에서 칼날을 들이대면

그 안에서 노력한 당사자들의 아픔을 더 아프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당사자라면 스스로의 성찰과 반성의 과제일 뿐

저 건너의 제 3자적 질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생각하기를

순수성과 진정성을 스스로 안에서 무너뜨린 신뢰성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저 또한 그 한 몫을 했던 멤버 중 한 사람이기에

마음은 아프지만 유구무언일 뿐입니다.

이점에 있어서는 정말 자칭 사람에 관심이 있고 놀기를 좋아한다는

송상호 목사님의 의견도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거의 무너진 ‘에큐메니칼연합교회’의 이야기는 이쯤하고

다시 제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대안교회모임’이랄까(한국대안교회연합이란 카페도 염)

그 의도랄까 취지, 그리고 정실장님이 관심하는 신학적 지향점이나 합의에 대해

약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에큐메니칼연합교회는 대안교회 운동이나 모임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될 때 세계교회의 계보(?) 중에

‘연합교회’란 특별한 교회형태에 관심하였습니다.

케나다나 호주나 인도 등 일련의 교파주의를 극복한 연합교회 말입니다.

아마 한국의 교회지형에 KNCC의 연합정신과 운동에

한계를 느끼는 한편의 사람들의 실험이요 선점적 활동이었다고 봅니다.

이미 그런 것이었다고 노골적으로 표명한 바도 있었구요.

그런데 저는 좀 달랐습니다.

그 점을 인정하는 기본바탕에 첨가하여

교회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의 교회까지 포함하자는 의견이었죠.

그 대안의 교회란 에큐메니칼연합교회가 표방한 표어

‘예전과 직제를 넘어 아래로부터의 일치’란 말에 방점을 찍었죠.

즉, 교회론의 해방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아래 즉 바닥으로부터의 일치라고 봤기 때문이었죠.

교회론이 전승과 전통(성서와 교회제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진보진영의 에큐메니칼 운동가 들은

신학적 지식이나 사회과학적 학습이 출중한 분들이 많습니다.

비판적 안목이라면 둘째가라면 양보 못할 정도죠.

하지만 목회자인 경우 자신이 속한 교단적 거취문제에는 신중하고 간단치 않습니다.

나름 합리적이고 신학적인 설명이 완벽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에큐메니칼 연합모임을 결성한다는 일에는

서로서로의 긴장과 상호 주장 간 예민함이 상존하기 십상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좀 그랬죠.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전문적 학습이나 토론을 통해

합의적 지향점을 찾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만남과 사귐안에서 동지애의 진정성 구축이나

각자 나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장을 나누는 작업에

좀 더 천착하자고 하는 편이였죠.

지금도 그런 입장은 변함없는 경향이지만

그때와는 좀 다른 대안교회라는 실험들의 모임이라고 하는 특성상,

기존의 전통적 신학이나 신조, 교리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이기에

어떤 공통적 합의점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모으려는 일은

좀 서두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세기연’처럼

아예 ‘21세기 기독교 변혁을 위한 12가지 패러다임 대전환’ 이란 깃발을 올리고

‘이에 동의하거나 논의를 할 의향이 있는 자는 다 모여라’ 하면 되겠지만,

여기에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에서 배울 수 있고 보충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가자는 거지요.

다만 서로 자신의 모습과 진정성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장을 열고

그 모습과 진정성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자세만 있으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혹, 자기와 다르다고 존중하거나 용납을 못하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겁니다.

만일 서로 다른 점을 지향점이나 합의점으로 만드는 작업을 의도적으로 한다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점차적으로 대안교회들이 자신의 대안신학을 정리되는 대로

서로 나누는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따라서 ‘세기연’처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과

구체적 신앙공동체로서 모이는 실험중심의 대안교회는

입장에 있어서 차이점이 좀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좀 큰 틀에서 대안의 세력들은 멀리보고

네트워크와 연대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정실장님의 온라인 상 물음아닌 물음에

답변이 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기연’의 발전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며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