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장기 베스트셀러였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철학 측면으로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다음은 하이데거의 주저인 [존재와 시간] 중 일부분이다.

우리는 가까이 손 안에 있는 존재자를 ‘배려함’에서 사용 불가능한 것으로 다시 말해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만나게될 수 있다. 이 경우 작업 도구는 파손된 것으로 판명되고 재료는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난다. 도구는 여기에서도 어쨌거나 손 안에 있는 것이기는 하다……..이런 사용 불가능성의 발견에서 도구는 마침내 우리 ‘눈에 띄게’되는 것이다. [존재와 시간]

하이데거에 의하면 주변의 사물이나 주변의 사람에 대해서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소중한 그 물건이나,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에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물로 예를 들면, 우리가 급하게 소변이 마려울 때 갑자기 화장실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우리는 갑자기 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즉, 문이 기능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 작동하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비로서 우리는 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죽음의 경우, 뉴스에나 신문에서 사망 사고에 대한 기사를 보면 동정심은 가지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예를 들면, 어머니나, 사랑하는 애인이 죽었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죽음은 그 존재를 드러내고 되고, 우리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우리에게 친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경숙의 어머니를 부탁해는 우리가 무심했던,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하이데거의 이론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면이 있기는 하나 대중 문학서에 철학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그 존재가 미미했던 어머님, 아니, 오히려 돌보아주어야 할 어머니가 작가를 포함한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다가온다. 안타깝지만, 어머니의 실종으로 인해, 비로서 어머니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을 비롯하여, 큰 딸, 작은 딸, 큰 아들, 작은 아들 모두 애타게 찾기 시작한다. 하이데거의 따르면 어머니라는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어머니가 드러났을 때 마침내 어머니는 ‘눈에 띄는’ 것이다.

펄벅의 [대지]에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다.

펄벅의 주인공 왕릉은 작은 논을 경작하고 사는 촌부이다. 나이가 차 집안일을 도와줄 여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마침내 한 대가 집에 있는 한 여인을 신부로 맞이하게 된다. 신부를 대가집에서 데려오면서, 주인공 왕릉은 부끄러워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 첫날밤도 제대로 수인사도 하지 못한 채 보낸다. 세월이 흘러, 왕릉과 오란은 열심히 일하고, 운도 따라 한 명의 촌부에서 대부로 거듭난다. 드디어 농사일도 소작을 주게 되고 하인도 두면서 왕릉은 점차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시내에 있는 어느 술집에 들르게 되는데 거기서 왕릉은 아름다운 술집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그 아가씨와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 오란의 얼굴을 보니,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오란이 추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오랜 세월 동안 살았어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오란의 외모가 드디어 왕릉의 눈에 띄인 것이다. 하이데거의 표현에 따르면 오란을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왕릉은 오란을 아내로서의 용도가 아닌 여자로서의 용도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은 생활하다 보면 빈번히 발생한다. 해고한 직원의 쓸쓸한 책상, 아내가 몇 일 동안이라도 집을 비워 외로워진 침대 등..

비록 철학이 매우 추상적이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우리 삶에 예리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의 이익과는 동떨어진 철학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