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인질사건이 29일로 만 11일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대통령 특사까지 현지에 파견하면서 인질 석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남은 인질들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다. 한국이 일순간에 문명 간·종교 간 갈등의 한복판에 휩쓸린 형국이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종교 간 갈등 양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탈레반의 소행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를 통해 21세기의 종교, 문명, 문화와 평화 그리고 화해의 문제를 원로 종교학자 정진홍(鄭鎭弘·70) 한림대 특임교수를 만나 들어보았다.

―탈레반에 우리 국민들이 피랍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애타는 심정으로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잠을 제대로 못 자더군요. 지난주에는 매번 탈레반들이 정한 시한이 새벽 5시 반이었기 때문입니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이 되면 조간신문, 뉴스 속보 보면서 ‘혹시나 풀려났나’ 가슴 졸였습니다. 그게 모든 국민들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희생자가 발생해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남은 인질들이라도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가 정성을 모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