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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하는 '새로운 기독교'를 모색 / 김윤성    
  글쓴이 : 노동자 날 짜 : 10-07-27 00:24 조회(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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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하는 '새로운 기독교'를 모색
- 왜 유독 개신교가 문제일까?  
 
김윤성(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과학과 종교 논자들마다 양자의 관계에 관해 다양한 유형화를 제시해왔는데, 좀 두루뭉수리하게 묶어보자면, 그 관계 유형은 크게 갈등, 분리, 대화의 세 가지로 나뉜다. 물론 이 세 유형은 ‘종교 vs 과학’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셋 모두 종교 안에서, 과학 안에서, 그리고 양자 사이에서 복잡하게 나타난다.

  먼저 ‘갈등’ 입장을 과학과 종교를 공존 불가능한 적대적 대립 관계로 본다. 이 입장의 한 쪽에는 실재하는 것은 오직 물리적 세계일뿐이기에 유신론을 비롯한 종교들은 설 자리가 없으며, 경전들이란 과학적으로 오류투성이인 반면, 과학이야말로 세계를 파악하는 가장 정확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기는 반종교적 무신론 과학자들이 있다.

다른 한 쪽에는 경전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과학적으로도 진리인 반면, 세속 과학은 전제와 방법이 모두 틀렸을 뿐더러 신앙과 도덕을 망가뜨리는 파괴자라고 여기는 보수적 종교인들이 있다. 둘 다 극단적인입장이기는 마찬가지이며, ‘과학과 종교의 전쟁’이라는 이미지는 주로 이 두 진영의 대립에서 비롯한다.

  다음으로 ‘분리’는 간단히 말해, 과학은 ‘사실’의 영역을, 종교는 ‘의미’의 영역을 다루기에 서로 불편할 것도, 간섭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각자 자기 영역에 충실하되 공연히 간섭하거나 해서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깔끔하고 세련되긴 하지만, 과학과 종교가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 하기보다는 물 자르듯 하다는 게 문제다.

과학과 종교는 인간 문화의 복잡다단한 여러 요소들 중 일부로서,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결국 동일한 진리에 대한 접근 가능성과 권력 구도의 정해진 파이조각을 놓고 일정하게 중첩되며 서로 엮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화’ 입장은 과학과 종교가 만나고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만나는 지점에서는 대화 내지 융합을 도모하지만, 갈라지는 지점에서는 차이의 공존 가능성 자체에 만족한다.  

  과학과 종교 관계의 이 세 가지 유형은 과학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고, 종교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종교인들의 경우만 짚어보기로 하자. 종교들을 비교해보면 세 유형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걸 알 수 있다.(모든 종교를 다 비교하기는 힘든 일이니, 우리에게 친숙한 불교와 기독교 - 가톨릭, 개신교-만 살피겠다.)

불교와 가톨릭의 경우, 갈등 입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과 이보다 좀 더 많은 분리 입장의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 달라이라마 14세와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이 공식화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하나의 단일 조직이고 교황의 영향력이 제도화된 가톨릭의구조적 특성 때문에, 그리고 비록 단일 조직도 아니고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도 제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달라이라마가 지니는 핵심적 상징성과 특정 종단(조계종)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가톨릭과 불교에서는 대체로 과학과 종교의 대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편이다.

  물론 개신교에서도 세 유형이 모두 나타나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다. 개신교는 많은 교단들로 나뉘어 있고, 교단마다 특성이 다르며, 초교파적 각국 조직과 세계 조직이 있는 해도 달라이라마나 교황 같은 상징적, 제도적 중심인물이 없다. 그래서 개신교는 교단별로 또는 신학적 분파별로 진보 vs 보수, 자유주의 vs 문자주의, 온건주의 vs 근본주의 사이의 다양한 경향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전체적인 판도는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졌지만, 어쨌든 지금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축으로(진보, 자유주의, 온건주의) 묶이는 진영이 세계 개신교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개신교에서는 어느 정도, 그리고 태생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미국 개신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개신교에서는 아주 심하게, 후자보다 전자가(보수, 문자주의, 근본주의) 훨씬 더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놓고 보면, 따라서 세계 개신교계에서는 분리나 대화 입장이 나란히 주류를 이루는 반면, 미국과 한국 개신교에서만큼은 유독 갈등 입장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에서는 창조과학, 지적설계론, 창조과학박물관 등에 대한 관심이 소수 근본주의 진영에 의해 주도되는 국지적 현상인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교단과 신학유파를 불문하고 전국 수많은 교회와 신자들의 관심거리가 되어 사실상 한국 개신교의 보편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개신교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갈등 관계로만 보는 유형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도 매우 막강한 세력을 이루고 있다. 청출어람의 나쁜 예라고나 할까.

  문제는 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미국 일부 개신교와 한국 개신교 전반이 세계 기독교(가톨릭, 개신교) 전반의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시대착오적 면모를 지닌다는 점이다.(여성 목사 안수, 종교 간 대화, LGBT 인정 같은 온갖 이슈에 관해 한국 개신교계 전반이 미국 개신교계 일부와 나란히 인식 전환에 매우 더디다는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세계 기독교계에서 미국 개신교의 일부인 근본주의 진영과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인 보수주의-근본주의 진영은 이미 그들만의 게토를 이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종교 내의 게토란 동시에 사회 전체 안에서의 게토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과학적 창조론(창조과학, 지적설계론)은 기독교 내부에서만 벌어지는 종교 교리 논쟁이 아니다. 논쟁은 종교 교리와 과학 지식을 넘나들며 펼쳐지며, 따라서 무신론자이거나 온건한 신앙의 소유자이거나 경직된 신앙의 소유자인 다양한 성향의 과학자들도 거기에 참여한다.

  그리고 또 다시 더 큰 문제는 이 논쟁이 비단 기독교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그 외부로부터도 일정한 관심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외부로부터의 관심은 대체로 조롱과 비웃음이다. 교회의 대형화와 상업화, 비윤리적 목회자, 해묵은 반공주의와 우파적 돌출 발언 및 행동, 정권 친화적이고 친미 사대주의적인 태도, 이런 것들도 안티-개신교 풍조의 주요 빌미이지만, 현대 과학을 노골적으로 거부한 채 검증 안 된 증거로만 채워진 사이비 과학에 불과한 과학적 창조론에 연연하는 개신교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티-개신교 풍조의 만만한 가십거리일 뿐이다.

  외부의 시선을 말하기 전에, 개신교 내부의 개혁 자체가 더 중요하겠지만,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특정 종교의 안팎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신교는 근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해왔고, 지금도 계속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열 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만 못하면 다 도루묵이다. 안티-개신교 풍조가 이를 잘 말해준다. 배설쾌감적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한 모든 안티 문화가 양면성을 지니듯이, 안티-개신교 풍조 역시 양면성을 지니며, 거기에는 개신교에 대한 건강한 조언 못지않게 병적인 징후 역시 농후하다.

개신교가 개혁되고 건강해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신교 자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다. 병적인 종교는 사회마저 병들게 한다. 안티-개신교 풍조는 하나의 종교가 병들었을 때 얼마나 많은 병적 안티 문화가 생겨나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어느 쪽이든 일정한 잘못이 있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못마땅한 걸 보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건전한 비판 문화를 위한 계몽은 별개의 문제이고, 중요한 건 개신교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것이 변해야 하지만, 특히 현대 세속사회와 개신교를 물과 기름처럼 갈라놓고 있는 핵심 요인은 바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과학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것은, 따라서 개신교 혁신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혁신의 성과를 검증하는 절실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 본문은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세기연) 주최「2천 년 기독교를 새롭게 디자인한다!」토론회에서의 김윤성 교수의 발제문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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