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먼저인가? 신학이 먼저인가?"하는 것은

마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하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진부하고 케케묵은 질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들의 삶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 부분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듯하다.

 

대개의 그리스도인들은

당연히 신앙이 신학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면

그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학이 신앙보다 먼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신학이라고 하는 것은

신앙을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상 신학은 '신앙의 체계'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 신학 속에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내용이 들어있다.

 

물론 신학 자체는 신앙이 아니다.

신학과 신앙이 같은 것도 아니다.

 

신학은 신학이고

신앙은 신앙이다.

 

신학은 사실 말 그대로 학문이다.

학문은 절대적인 것이 있을 수 없고

다양하며 가변적이다.

 

그래서 신학 안에 신앙을 가둘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이 없이

신앙생활을 영위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앙이 없는 신학도 없지만

신학이 없는 신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거의 대부분

신학이 없는 신앙, 신학을 경시하는 신앙,

신학과 아무 연관 없는 신앙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건강한 부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바로 이와 같은 신학과 신앙, 신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급선무라 할 만하다.

 

결국은 신학이 없는 신앙과 신앙이 없는 신학

둘 다 위험하고 건전하지 못하다고 하겠다.

 

신학의 주제들로는

하나님, 계시, 성서, 인간, 예수 그리스도, 구원, 성령, 삼위일체,

교회, 종말, 윤리, 죄, 칭의, 성화, 생명, 하나님의 나라 등이 있다.

 

신학과 신앙은 다르지만

서로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위에 열거한 주제들에 대해

여러 다양한 신학적 관점들이 있다.

 

신학은 바로 그러한 여러 가지 신앙적 주제들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다.

 

즉 어떤 신학적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서

신앙의 색깔도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면에서는

신학이 신앙을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다운 기독교 신앙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신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학은 단순한 학문 그 이상이다.

그래서 참다운 신학은

지성적, 과학적 신학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과 세상의 구원을 위한 신학,

생명과 삶을 위한 신학이어야 한다.

 

그러한 신학이

신앙을 이끌고 갈 때

이 역사와 세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는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