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목사님 집회에서 못 다 한 말

어제 원래는 참석할 의사가 없었는데, 서울에서 어떤 분의 전화가 걸려와 꼭 참석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현주 목사의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대전 용문동의 무궁화교회에서. 나는 이현주 목사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를 떠난 사람으로 기독교, 특히 성경의 문제점을 알고 성경바로알기운동, 즉 반기독교운동이라면 반기독교운동이랄까, 또는 동양사상 및 우리 민족사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 목사(존칭은 편의상 생략하기로 한다)는 맥박의 고동을 느껴보라며, 자신의 느낌 또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사람은 이에 대해 말해 보라며, 3,40여 명 정도가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언을 시켰다. 이러저러한 말들이 오가며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내 평소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과 같은 무신시대에 신을 거들먹거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거들먹거리는 것 만한 위선이 있을까? 신학교에서 조금만 비판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성경이 유대인의 신화와 전설, 우화의 모음집이고, 전혀 믿을 만한 역사적 사실이 적힌 책이 아닌, 인간의 실존적, 역사적 문제 등에 신화적 해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어서 그것을 문자 그대로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짓인지, 경허스님이나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하시면서 종교간 벽을 넘나드는 말씀을 하신 것은 참 훌륭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모든 종교간 벽 허물기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서 종국에는 종교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세상을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존 레논의 팝송을 기억하라), 그 정도의 얘기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궁극적으로 신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도 버리지 않는 한, 인간 본래의 마음자리에는 예수도, 부처도, 신도 없는데, 즉 이런 것들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면, 인간의 초자아에 붙여진 다양한 이름일 수 있는데, 그런 이름에 계속 집착하는 것은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참된 인간성 안에서 모든 인간이 하나로 만날 수 있는 것이지, 그런 분별적 인간의 제한적 사고가 만들어낸 용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고, 단군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 말을 제지하는 바람에 내 말이 중단되었고, 나는 이에 대한 항의로 퇴장을 한 것이다.

물론 기독교인들이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예배의 자리에서 무신론적 발언을 한 것은 그들의 신앙에 대한,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또 어느 단체든 그들의 신조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사람을 차단시키는 것은 기본적인 행태이기 때문에 모임이 끝난 후 나는 그분들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하지만 나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거기에 모인 대다수의 우매한(이 말이 모독적으로 들린다면 용서하시라, 나의 솔직한 느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표현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소위 성경의 진실, 또는 기독교인들, 또는 소위 단군을 숭배한다는 자들의 우매한 행태에 대해 3,4분 정도만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어떤 분이 그 모임은 가장 선진적인 예배형태, 또는 매우 충격적인 예배형태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래서 도대체 어떤 형식일까 하고 집회 전 기대감도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은 그저 중등학교 캠프파이어 정도의 모임이었다(이 말이 모독적으로 들린다면 용서하시라. 이것은 나의 솔직한 느낌일 뿐이다). 또 나의 발언을 정신적 테러 운운 하는 이 목사의 발언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고, 나는 누구든지 그의 발언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 라디오 코미디 프로에서 ‘레이건은 권총자살하라’는 멘트도 서슴없이 방송될 만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인데, 소위 진보적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집회에서 ‘신은 없다, 신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 신과 예수도 인간의 사유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우상일 뿐이다’라는 정도의 발언을 못하게 제지하는 것은, 글쎄 그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을런지 몰라도, 기독교를 떠난 지 30년, 이제 성경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나로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었고, 이 목사도 그런 취지와 비슷한 말을 이미 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해도 되는 줄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이 목사의 예배는 내가 보기에는 전혀 기존의 예배가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는 대담회 정도로 느껴졌고, 설교자가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득권을 포기한 이상, 화자 중 어떤 식의 돌출 발언도 가능한 상태였고, 나는 나 정도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하게 된 것이다. 참석한 모든 분들은 이를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런데 내가 이 목사를 비판한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 또다시 신을 들먹거리고, 예수를 들먹거리는 것은 불필요하다, 왜 신을 부정하고, 예수를 부정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냐? 자기의 밥줄이라서?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 한 마디에 감리교에 축출당한 변선환씨의 제자로 그와 함께 감리교를 나왔다니, 기독교 신학 공부를 한 후 자발적으로 기독교를 때려 친 나와도 비슷하기도 한데, 최근에 성경을 문자대로 맹신할 양이면 차라리 성경을 찢어 버리라고 외친 류상태 목사도 하긴 말끝마다, 신, 예수님 하니.

성경을 문자대로 신봉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은 없다는 것이다, 성경의 모든 신에 대한 기록, 예수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이 허구라는 것이다. 무엇을 믿으라는 것인가? 신의 6일 만의 우주 창조신화, 에덴동산 신화, 노아홍수 신화, 모세의 십계 신화 등, 신약의 예수의 동정녀 탄생 신화, 오병이어의 기적신화,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는 신화, 예수의 부활, 승천, 재림이 모두 신화라는 것이다(구약은 창세기부터 여호수아서까지는 100% 허구임. 비록 일부 역사적인 내용이 반영되었다 할지라도). 인간의 실존에 대한 어떤 해답의 체계로 미개한 신화시대에 만들어진 신화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얘기를 소위 한국의 많은 국수적 단군 숭배자들과 비교해 말하고자 했다. 5월 2일 나는 대전의 국조 단군 숭모회장의 초대를 받아 그 곳에 참석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30여분과 50대 이상 아주머니, 할머니 3분이 모여 유교식 제사의식으로 단군 영정 앞에 제사를 드렸다. 영정은 대종교 천진이었으나, 그분들은 대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는데, 일부는 유림들이었고, 대구, 부여 등지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회장님 왈, 오늘은 국조 단군께서 탄신한 날인데, 오늘을 기억하는 사람이 점점 준다며 노인들만 모여 제사를 지내니 참 큰일이라는 말이 있었고, 환단고기 식의 역사관을 피력하며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말, 한자도 우리 동이족이 만든 것이며, 우리나라 역사가 1만년으로 가장 오래고, 환인 7대 3천년, 환웅 18대 2천 3백여년, 단군 47대 2천여년에, 우리가 오래 전 환국시대에 중국, 중앙아시아, 몽고, 시베리아, 만주 등을 통치했다는 것이다. 또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반도가 아닌 중국에 있었단다. 또 우리 민족 사상, 단군을 찾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기독교, 불교, 유교, 남묘호렌케쿄 등 외국의 종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참 안타깝다는 말이 있었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한 유림이 문제제기가 있었다. 오늘이 단군 탄신일인데, 마침 석가탄신일과 겹쳤는데, 석탄일이 나라마다 다른데, 1960년경 스리랑카의 불교도 대회에서 대승불교국가에서는 음력 4월 초파일을 석탄일로 정해 지키기로 했다며, 석탄일은 사실 정확한 날짜를 모르고 회의에서 정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 단군의 탄신일도 사람들이 후대에 정한 것일 뿐, 단군도 신화적 존재인데, 개천절, 단군 승천일 등을 지키는 것도 사실은 역사적 근거가 없이 단지 후대에 정해진 것일 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던 것이다. 즉 신화적 단군을 역사화하기 위해, 또는 역사적 단군을 신화화하기 위해 후대에 정해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단군의 탄생일, 개천절이니, 단군이 승천한 어천절이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신화적 내용으로 단군을 신격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후대의 의식 제정인 것이다. 마치 이런 것들의 진정한 의미는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내용들이 사실인 양 말하면서 별 의미도 없는 제사를 몇몇 동네 어른들이 모여 지낸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호응하겠는가? 단군 숭배가 쇠미해지는 현상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었다.

(또 기독교의 부활절, 사순절, 성탄절, 유대교의 유월절, 초막절 등이 사실은 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주장되는 시기보다 훨씬 후대에 제정되어 전해내려 오는 것들이다.)

(나는 어제(5월 3일) 무궁화교회에서의 집회가 끝난 후 선약이 있었던 국조 단군 봉안회 회장님을 찾아가 나의 단군관을 피력했다. 우리 국조 단군은 결코 국수주의적, 제국주의적 단군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단군을 좁은 조작된 역사의 울타리에 가두지 말라, 단군은 우리 민족의 상징, 조상의 상징일 뿐 우상화해서는 안 된다. 내가 추구하는 민족주의는 열린, 저항, 보편 민족주의일 뿐 배타적 국수주의가 아니며, 나는 환단고기 식의 우리 고대사를 믿지 않는다. 이는 잘못된 국수주의자의 역사 조작일 뿐이며, 환단고기는 위서라는 말을 했다. 그분은 나의 말을 수긍하지 않는 듯했다. 환단고기 식의 역사가 진정한 우리의 역사이고, 강단사학은 모두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인 이병도를 필두로 하는 식민사학이라는 것이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요즘 소위 민족운동을 한다면서 이런 식의 왜곡된 국수주의를 진짜 민족주의로 오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성경을 맹신하는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아, 나도 한때 그랬지만, 그들에게 성경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삼은 내게 또 하나의 짐이 더해진 것이다. 잘못된 국수주의적 애국심을 진정한 애국으로 착각하는 그들 말이다. 간도 되찾기 운동본부 등 그런 단체들이 꽤나 되고, 또 이런 단체들이 나름대로 잘 나가는 모양이다. 정말 큰일이다.)

각설하고, 사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예수가 실존인물인지, 신화적 인물인지 정말 분간하기도 힘들지만, 예수가 실존했다면, 예수는 단지 십자가에 처형당한 수많은 독립군 투사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것이 유대교의 메시아사상과 만나 엄청나게 메시아로, 신의 아들로, 전지전능한 기적적 치유자로, 헬라적 지혜자로, 민중 혁명가, 사회변혁자로 그려지고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유대 땅에서 한 많은 일생을 마감한 예수는 오늘도 신으로 숭배 받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현재 믿고 있는 신(예수), 혹은 당신이 그린 신(예수)는 당신의 그림자인 것이다. 당신의 우상인 것이다. 이를 알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한 말이었다.

또 이 목사께서는 영어 번역에 몰두하는 듯, 또는 최근 운하건설 반대 전국 도보 순례에 돌아와 지친 듯 했는데, 언어에 나름대로 탁월한 감각을 지닌 분 같았는데, 이에 나도 성경의 번역의 오류에 대해 나의 평소의 지론을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 성경이 오역 투성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신명이 의도적으로 오역되었다. 영어의 'God'에 해당하는 말이 '하나님'(개신교), '하느님'(천주교)로 잘못 번역되었다. God은 중국어나 일본어로는 모두 ‘신’(셴/가미)이라 번역했다. 따라서 우리말로도 신으로 번역해야 한다. God은 하나(one), 하늘(heaven)과는 전혀 관계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어의 ‘엘로힘’, 헬라스어의 ‘테오스’와의 어원적 비교는 번거로우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God을 신으로 번역해야 만이 성경이 신화시대의 산물로 히브리 역사신화/역사소설(이스라엘 삼국지)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인데, ‘하나님, 하느님’처럼 너무나 인격적으로 실존하는 자처럼 들리는 말로 번역됨으로써 성경이 신화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 은폐되어 유독 한국에서만이 그처럼 기독교가 퍼진 것이다. 

둘째, 요즘 새 번역에서 ‘여호와’ 또는 ‘야훼’라는 유대 고유의 신명을 없애고 이를 ‘주님’으로 번역하는 것이 대세인 모양인데, 이는 인간을 신의 예속물로 만들려는 술책으로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인간이 (가공의) 신을 부린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신의 이름을 망녕되게 일컫지 말라며 ‘여호와/야훼(야흐베)’라고 써 놓고 ‘주’라고 부른 것이지 이름 자체를 지워 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알고 보면 인간이 신의 지배자라는 것이다. 신의 종노릇하던 인간이 신의 정체를 올바로 알고 나면 더 이상 신에 매인 생활을 하지 않게 된다. 이제 신의 이름을 자유로이 부르며 얼마든지 모욕해도 되고, 저주해도 된다. 야훼 신을 똥통 속에 쳐 넣어도 된다. 야훼 신은 이름뿐인 가공의 존재인 것이다-마치 손오공이나 마징가처럼. 하여 오늘날의 무신시대에는 신은, 야훼 신은 노동자가 노동 후 휴식을 위해 마시는 커피 한 잔 보다 무가치한 존재가 된 것이다(어느 사신신학자의 말).

사실 우리, 신 아니 우리의 생 앞에, 솔직해 보자.

‘성전’은 ‘신전’으로, ‘지파’는 ‘부족’으로 옮겨야 한다 등등.

또 요즘 새 번역에서 ‘땅’을 ‘지구’로 옮기는 등, 천동설 시대의 산물인 성서를 지동설 시대의 산물인 것처럼 옮기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므로, 가급적 원어의 의미에 가깝게 번역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약의 바울서신의 경우 헬라스어 ‘영’을 ‘성령’으로 옮겨, 바울서신의 대부분이 영지주의의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은폐되었다. 이는 나의 생각인데, 이에 대한 주의 깊은 검토가 요망된다.

성경을 원어에 가깝게 옮기고, 신학이 아니 인문학적 입장에서 주석서를 쓰는 것이 목표인 나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오류들은 너무나도 잘못된 것이다. 성경을 신의 말이 아닌, 유대인의 종교문학으로 보자. 그리스신화처럼 히브리신화로 보자. 이것이 나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