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히 9:22에서 “율법을 좇아 거의 모든 물건이 피로써 정결케 되나니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 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구약의 율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 당시 이스라엘은 율법을 따라 짐승의 피로 희생제사를 드림에 의해 그들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기 때문에 죄인은 반드시 심판을 피할 수가 없고 이런 상황에 하나님의 자비가 임하여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 것이 바로 짐승의 피로 죄를 사해주시는 방법이었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인 인간에게 하나님은 짐승의 피로 간단히 그들의 죄를 용서받게 하시는 이 기막히고 놀라운 죄처리 방법! 하지만 죽어야 할 나 자신을 대신하여 짐승이 대신 죽는 것으로 어찌 극악한 죄가 처리될 수 있으리요! 그러한 대속이 정말 효력이 있어 인간을 구원해낼 수 있었다면, 인간이 그런 방식으로 진정 구원될 수만 있었다면 어찌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실 필요가 있었으리요!!

그럼에도 그러한 죄처리 방식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전혀 부정적인 생각이나 의심을 갖어보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죄를 지은 당사자 대신 대체물이 죽어 죄를 사함받는 이런 죄처리 방식을 양심상, 아니면 상식상 당연하고 올바른 듯 느끼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생각건대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이 직접 그러한 방식을 명하고 있는 성경의 많은 기록들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저는 이런 반문을 드려볼 터이니 함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정말 그런 방식을 통해 죄를 용서받음으로 구원되었을까요? 그것이 소위 구약의 구원방식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그 방식이 정말 그들을 구원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우리 역시 그런 방식으로 구원에 들어가도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구태어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실 필요가 없었을 터이니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구약의 율법은 분명 그들의 구원이 전적으로 짐승의 피에 의존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바울은 그것을 정면 부인해 버립니다. 그는 히 10:1 에서 짐승의 피로는 결코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율법에는 다가올 선한 것들의 그림자는 있으나 그것들의 형상 자체는 없으므로 그들이 해마다 계속해서 바치는 희생제물들로는 그 곳으로 나아오는 자들을 결코 온전케 할 수 없느니라.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로는 죄들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그러면 구약의 이스라엘은 도대체 어떻게 구원에 이를 수 있었을까요?

어떤 분들의 주장을 보면 구약의 율법은 오실 그리스도의 모형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앞으로 오실 메시야를 믿음으로 구원에 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땅에 이미 오신 메시야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것이 신약의 가르침이라면 구약은 장차 오실 메시야를 믿음으로 구원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그분들은 자연스럽게 가져보는 것이겠지요. 논리 자체만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도 신약의 ‘피공로에 의한 의의 전가로 이루어지는 구원’ 만큼이나 전혀 잘못된 주장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바르게 읽는다면 어느 시대,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그의 완악하던 마음이 악에서 떠나 선으로 바뀌어지지 않는 한 결코 구원에 들 수 없다는 것이 구약이나 신약의 시종일관하는 가르침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죄에 깊숙이 빠져있던 인간이 그의 이기적이고 세상적인 삶에서 떠나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선한 삶으로 돌아서는 이런 실제적인 변화를 경험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오심과 희생, 부활과 승천으로 이어지는 주님 사역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의 깨끗함과는 상관없이 그저 그리스도께서 인간 대신 형벌을 받고 그 댓가로 인간은 살게되었다는 사상은 잘못된 가르침에 불과할 뿐입니다. 만일 어느 누구의 삶이 정결하다면 의로우신 하나님이 어찌 그에게 무서운 심판을 내리겠습니까? 죄의 삯인 사망이라는 형벌은 만일 우리가 삶의 정결만 이룬다면 자연히 피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오히려 근심할 필요없는 후차적인 일에 속할 뿐입니다.

대속 제물로 죄값을 지불하는 이런 가르침들이 헛된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증거하기 위해 히 9:8-9을 인용해 봅니다. “성령께서 이것을 통해 보여 주시는 것은 첫째 성막이 서 있는 동안에도 지성소로 들어가는 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라. 그것은 현재를 위한 모형이었으니, 그에 따라 예물과 희생제물을 드려도 <<양심에 관해서는 섬긴 자를 온전케 할 수 없었도다>>” 즉 짐승의 피로써는 참된 제사를 드릴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양심을 온전케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바울은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늘에 있는 참된 제사와 그것의 모형으로 드려지는 제사의 극명한 차이점은 그것이 인간의 양심을 온전케 해줄 수 있느냐>> 다시말해 그것이 죄에 찌든 인간의 내면을 악에서 선으로 바꾸는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느냐의 문제에 있는 것입니다. 여기 바울이 말하는 양심이 온전케된다는 이 표현이 참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이 땅의 모형과 하늘의 참된 것으로 드려지는 제사 곧 짐승의 피와 그리스도의 피의 본질적 차이의 구별을 통하여 과연 성경이 말하는 참된 구원의 핵심이 어디에 두어져있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의 저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리스도의 오심의 진정한 목적은 죄에 무력하게 끌려가던 인간의 양심이 실제적으로 회복되는 것에 있고 이 양심의 회복이야말로 이 땅의 모형인 짐승의 피를 대신하여 하늘의 참된 것으로 드려지는 그리스도의 피의 위대한 가치인 것입니다. 그런데 피공로에 의한 의의 전가로 거저 얻어지는 구원에는 이러한 양심의 실제적 변화가 없어도 죄인 대신 형벌을 받아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의 공로를 의지하면 된다고 하니 과연 어느 것이 성경과 다른 가르침인가요?

보혈의 피에 의지하여 구원을 이미 획득했다고 가르치는 경우 구원과 연계되는 이 두 가지 제사의 참됨과 참되지 못함의 대조에 있어서 하나는 이 땅의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참 형상이라는 구별을 할 수 있는 지식은 지니고 있으나 정작 성경이 어찌 그러한 구별을 하고 있는지 그 내막에 대해서까지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았는지 이를 묻고 싶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의 참됨은 희생제물이 짐승이냐 아니면 그리스도냐 라는 제물의 신분상의 단순비교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과연 그 제사에 양심을 온전케 하는 실제적인 힘이 담겨있느냐 아니냐로서 판명이 된다는 점을 바울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인용 구절을 보면 첫째 성막이 세워져 있는 동안에는 지성소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짐승의 피로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짐승의 피를 드려도 그것은 결코 양심을 온전케 하여 구원에 이르게 할 실제적 능력이 그 제사 제도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짐승으로 드리던 그림자를 대신하여 이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있는 참된 형상으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여기서 모형으로 드리는 제사와 하늘의 참 형상으로 드리는 제사의 차이를 언급해본다면 한 마디로 모형에는 구원에 관한 희미한 빛만이 드러나 있을 뿐 거기서 참 실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약점입니다. 왜냐하면 모형은 어디까지나 제사 드리는 자가 그 모형을 통해 참된 것을 바라며 갈구하도록 하는 수단 역할만을 할 뿐 모형 그 자체에 참된 구원의 능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실례에 적용시킨다면 의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의식을 행할 경우 짐승의 피로 제사를 드리면 죄가 씻은 듯 용서되고 또 짐승의 머리에 안수하면 거짓말처럼 내 죄가 그것에게 옮겨지는 등 이러한 놀라운 일들이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할 일이지만 이는 표면상의 일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전혀 그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모형으로 드리는 제사가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면 죄를 지은 사람이 그런 식의 제사를 드림으로 너무도 쉽게 죄악을 벗어나 정결한 사람이 되는, 실로 요술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또 그러면 그리스도는 하늘의 참형상이라고 일컬어지지도 아니했을 것이고 또 이 땅에 오실 필요도 없으셨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영혼 구원을 위해 해마다 제사를 드리는 일쯤이야 아무런 수고로움도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찌 이스라엘에게 그런 효력없는 제사를 계속하여 드리도록 엄하게 명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이러한데 즉 그런 식의 모형의 제사를 통해서라도 죄의 극악함과 무서움을 깨닫게 하여 멸망을 면케 하시려는 하나님의 자비 때문이었습니다. 조금의 설명을 부연해본다면 만일 마음이 정결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님으로부터 참빛이 공급될 경우 그는 그 빛을 잘 받아들여 선용함으로 자기 영혼을 유익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마음이 이미 극도로 강퍅해진 자들에게 참빛이 그대로 비추인다면 그들은 그 빛으로 자신의 어둠을 몰아내기는커녕 오히려 그 빛을 미워하고 역용시키려 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급기야 신성 모독을 자행하며 자신을 더욱 처참한 파경으로까지 몰아가는 역효과를 낼 지도 모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참빛으로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시고 하늘에 있는 모형과 비유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한편으로는 신성한 진리가 더럽힘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신성모독을 막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중 구원을 위해 남겨진 작은 무리라도 건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길을 열어주신 것이지요. 이렇게 참빛의 직접적인 비추임이 어떤 이들에게는 그들의 형편을 더욱 악한 쪽으로 결과되게 하기에 이를 아시는 주님은 모형과 비유라는 간적접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가까이 하시는 것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의미로 쓰인 말씀들이 아래의 구절들입니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이 백성의 마음으로 둔하게 하며 그 귀가 막히고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컨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서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사 6:9-10) “대답하여 가라사대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되었나니”(마 13:11) “저희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하시고”(막 4:12) “가라사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비유로 하나니 이는 저희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눅 8:10)

구약의 하나님께서 짐승의 희생으로 드려지는 제사를 허용하신 이면에는 그러한 모형적 행위를 통해서나마 진실로 자신의 죄를 돌아보고 죄악의 저주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뉘우쳐 죄악에서 돌이켜 구원을 얻게 하기 위함이십니다. 그런데 육신적이고 감각적인 것들에 빠져 눈이 어두워진 이스라엘은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모른 채 그저 참 예배의 그림자격인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여 궁극에 외식과 위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주어진 율법의 글자에 갇혀 그저 짐승의 피로써 드려지는 제사의식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인 양 여기면서도 정작 하나님의 본질적 가르침 곧 각자 자신의 마음이 악에서 떠나 실제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은 깨닫지 못하였는데 오늘날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분들 중에서도 혹 과거의 그들처럼 그리스도의 피로 드려지는 제사를 하나님께서 제일로 기뻐하신다며 오직 그 피 공로에만 모든 것을 걸어놓고 정작 주님의 본질적 가르침인 마음의 진실한 변화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지나 않은지 염려됩니다. 모형으로 드리던 그 당시 이스라엘 제사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주의해보지도 않은 채 짐승의 피로 드리던 제사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여 그 효력 없는 제사를 오늘도 드리고 있지나 않은지요?

그럼에도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 죽음으로 말씀에 순종치 못한 자들의 죄값을 대신 지불하고 그들을 사망에서 구원해 내셨다는 논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그 사상 속에는, 이제는 어느 정도 습관화된 것이지만, 머릿 속으로 한없이 자신을 낮출 때 얻어지는 은근한 기쁨과 또 무서운 형벌을 야기시키는 죄를 단번에 처리해주심에 대한 감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가슴을 파고들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법 냉정해진 판단력으로 그 안을 들여다본다면 그런 구원 방식에는 양심을 죄에서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변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그 제사 또한 구약의 짐승의 피와 무엇이 다른지요? 그림자 대신 참 형상이 오셨다고 하나 방식에 있어서는 옛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으니 그 실제적 효력 또한 있을 리 만무하겠지요. 적어도 양심을 온전케 하는 내적 변화없이는 절대 구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또 그리스도께서 오심은 우리를 사망으로 이끌던 옛 죄악들을 버리고 양심을 회복시키시는 그 일이 바로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스도의 피 공로에 의한 구원은 잘못된 가르침이라는 것을 우리는 대번에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히 9:14-15의 내용이 이를 증거합니다.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을 통하여 흠 없는 자신을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죽은 행실에서 너희 양심을 정결케 하여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뇨? 이런 연유로 그는 새 언약의 중보자이시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죄한 것들을 구속하시려고 죽으심으로써 부르심을 받은 자들로 영원한 유업의 그 약속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라.”

이 구절에서 바울은 어쩌면 우리가 듣기에 생소하게 느낄만한 말들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이 구절의 본질적 의미가 이미 피 공로로 굳어진 교리에 가려 무시되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죽은 행실에서 너희 양심을 정결케 하여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뇨?” 라는 바울의 주장에 주목해 보는 것은 그 의미를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피공로 사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뜻을 전달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피의 효력이 죽은 행실에서 우리의 양심이 정결케 되는 것에 있다는 말은 이른 바 마음의 실제적 변화없이 오직 대속의 공로로써 우리 죄를 없이하여 준다는 사상을 정면 부정하는데 충분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바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죽은 행실에서 인간의 양심을 깨끗케 하는 그 일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새언약의 중보자가 되셨다고 주장함으로 많은 분들이 올바른 것으로 알고 있는 내용 곧 대속을 위한 그리스도의 중보자되심과 차이를 보입니다. 그분들에게 이해되는 그리스도의 중보자되심은 이러한데 즉 과거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죄를 짐승의 피로 대신하여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듯이 오늘날 이 대속의 방식을 그리스도에게까지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어야할 죄의 삯을 짐승이 대신 안고 죽임을 당함으로 이스라엘이 살게 되었듯이 우리가 죽을 자리에 그리스도께서 대신 형벌을 받고 죽으심으로 죄값을 치루게 되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 화목을 이루게 되는 것으로 중보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양측을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면 그리스도의 중보자되심에 대한 바울의 개념은 죽은 행실로부터 인간의 양심을 되살리는 이 위대한 일에 두어진 반면 현 기독교의 가르침은 인간의 극악한 죄성의 처리는 상관없이 죄인을 살려내는 일에만 급급하여 그 형벌을 대신 받는 일에만 두어져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그리스도의 중보자되심은 그분의 인성이 이 세상에서 겪으신 고난과 시험을 통하여 그 모두를 이기시고 마침내 신성과 하나되시는 영광을 입는 것으로부터 출발을 합니다. 그리하여 이제 영화된 주님의 인성 안에서 신성과 인간이 만나는 속죄와 화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중보자 되심입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 죄로 인해 막혀있던 길이 주님 안에서 신성과 하나되신 인성(인성을 입으신 주님이 영광을 받으심)으로 말미암아 열리게 된 것을 히 10:19-2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의 육체니라” 주님의 인성의 이러한 영화는 주께서 마리아로부터 물려받은 인성의 마지막 유전적 보루였던 그분의 몸을 십자가 위에서 버리심으로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실 때 휘장이 찢어진 사건입니다. “때가 제 육시쯤 되어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여 제 구시까지 계속하며 성소의 휘장이 한가운데가 찢어지더라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가라사대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운명하시다”(눅 23:44-46)

바로 위에서 인용한 히 9:14-15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피가 죽은 행실에서 양심을 깨끗케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음과 아울러 그러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중보자의 개념임을 밝히면서 이번에는 새언약을 그것에 관련하여 언급합니다. 새언약이 그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를 풀어볼 수 있는 성경 구절로는 렘 31:31-33을 들 수 있습니다.

“주가 말하노라. 보라 그 날들이 오면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과 더불어 새 언약을 맺으리니 주가 말하노라. 내가 이집트 땅에서 손으로 그들을 인도하였던 날에 그들의 조상들과 맺은 언약에 따른 것이 아니니, 비록 내가 그들에게 남편이었지만 그들이 나의 언약을 파기하였도다. 주가 말하노라. 그러나 이것이 내가 이스라엘 집과 더불어 맺을 언약이 되리니, 그 날들 이후로 나는 <<내 법을 그들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 속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피와 중보자와 새언약 이 모두가 지금 많은 분들에게 가르쳐지고 있는 피공로에 의한 대속의 구원을 부정하고 죽은 행실로부터 양심이 실제로 회복되는 것에 구원의 핵심이 있다는 것을 재차 증거해 주고 있습니다. 짐승의 피로 드리던 옛 언약은 죄로 어두워진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변화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피로 드려지는 새 언약은 마음을 실제적으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면에서 옛 언약 때와는 천지 차이로 다르고 이로 인해 그림자격인 모형과는 구별되는 하늘에 있는 참 형상이라 일컬음을 받는 것입니다.

옛 언약 때 돌판에 새겨진 법은 죄악에 찌든 마음의 바깥 부분만을 형식적으로 두드릴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영화되신 주님의 영이 우리 안에 오시면 굳었던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마음 밖 멀리 있던 법은 가까이 마음판에 새겨져 그 마음에서 진실로 우러난 순종을 드릴 수 있게 된다는 이것이 바로 새언약인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마음의 실제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옛언약에서 새언약으로의 변화인 것을 안다면 단순히 옛 언약을 짐승의 피와 그 대속으로 그리고 새언약을 그리스도의 피와 그 대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이론인 것인지가 여실히 증명되지 않을까요?

인간의 마음의 실제적인 변화를 가르치는 새 언약의 이러한 면모는 에스겔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이 그리로 가서 그 가운데 모든 미운 물건과 가증한 것을 제하여 버릴찌라 <<내가 그들에게 일치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신을 주며 그 몸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서 내 율례를 좇으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겔 11:18-20)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신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찌라>> 내가 너희 열조에게 준 땅에 너희가 거하여 내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리라"(겔 36:26-28)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짐승의 피로 드리는 제사이든 아니면 그리스도의 피로 드려지는 제사이든 간에 그러한 대속의 제사 방식들로는 결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구약이든 신약이든 인간의 실제적 구원은 악을 버리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선한 삶을 사는 그 사람 자신의 영적 상태에 달려있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만 구약의 짐승의 피로 드려지는 제사의 역할은 그러한 의식을 통해 깨우치는 희미한 빛으로나마 자신의 더러움과 하늘의 정결한 참 형상을 바라보게 하여 그들이 자신의 죄에서 돌이켜 멸망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옛 언약에 따라 짐승의 피로 드려지던 모형의 제사에는 죄로 기울던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참된 능력이 조금도 없기에 주님께서 오셔서 그 효력이 없는 제사를 폐하시고 이제는 새언약에 따라 새로운 제사를 드리게 된 것이 신약의 그리스도의 피로 드려지는 제사입니다. 하지만 이 제사는 실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켜 구원에 이르게 하시는 하늘의 참 형상으로 드리는 새로운 제사라는 점에서 구약의 제사와 결정적으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구약과 신약의 두 제사 사이에 있는 이런 결정적인 차이를 성경에서 분별하지 못하고 다만 겉모양만의 비교에 있어서 희생제물로 드려지는 대속이라는 유사점만을 보고 그리스도의 피를 짐승의 피 자리에 그대로 대입시켜 버리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하나의 잘못된 교리의 등장은 그물처럼 엮어진 성경 전체를 그런 시각으로 읽게 만들고 이로 인해 교회는 오늘날까지 잘못된 교리를 진리로 채택하는 오류를 범함으로 많은 이들의 영혼에 치명적인 병을 가져다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연약한 믿음 탈출하기 http://cafe.daum.net/talchulha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