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만 살아났었던 노무현 정신의 본질

 

 

정강길

 

 

 

 

인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는 제 몸 하나 던지는 것이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도 승부 때마다 고뇌를 안고 승부수를 띄우며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그의 인생역정은 말 그대로 우리들에게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가난한 서민으로 시작하여 최고 권력이라는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라가서조차도 헌정 사상 처음 겪은 대통령 탄핵의 진통까지 몸소 겪었으며, 또한 퇴임 후에는 결국 이렇게 참담한 비극적 최후를 맞고야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모든 특권 의식을 결여한 채 바닥에서 정상에까지 올라서기도 했던 입지적 인물로서의 상징이다. 알다시피 그에게선 폼나는 학력이나 그 어떤 특권들이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아마도 앞으로는 그 같은 학력으로 대통령에까지 오를 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자신의 관련 배경으로 좌익 혐의까지 받기도 했으며, 정말 바보스럽게도 지역주의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었으니 오늘날 대한민국 보수 정치세력들이나 특권을 누려왔던 상층부가 보기에 노무현은 결코 이뻐 보일 수 없었고 지극히 못마땅했었음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노무현이 겪고 왔던 근원적인 싸움과 갈등은 기본적으로 특권화되고 귀족화된 것들에 대한 싸움이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세력으로서 노동자와 서민들과 함께 하였고, 이후에는 지역감정과 색깔론 타파 및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및 사학비리 척결로서의 교육개혁 그리고 재벌개혁과 부동산개혁으로서의 강남공화국과의 싸움들이었다. 물론 그가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간과했던 것은 노무현식 개혁의 최대 과오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러한 노무현식 개혁에 대해 대한민국의 상위를 점유해왔던 특권 세력들 역시 결코 만만찮았으며, 대통령 퇴임 후에도 바람 잘 날 없이 노무현을 가만두질 않았던 것이 오늘날 현정부 하의 현실이었다. 서민으로 출발하여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라섰던 그 입지적 인물이 이제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우리는 지금 이러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노무현도 바보였지만, 사실 국민들도 바보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노무현의 가치를 그가 죽었을 때 비로소 발견하고 눈을 떠왔기 때문이다. 그가 바보스럽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선거에서 연거푸 떨어지며 낙선했을 때, 그때 처음 비로소 사람들은 노무현 곁으로 모여들며 '노사모'가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

 

대통령 시절에도 그가 결국은 대통령 집무를 정지당했던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들의 탄핵 세례를 맞고 쓰러졌을 때, 온 국민들은 그제서야 비로소 다시 촛불을 들고 일어섰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가 제 몸 하나 버리고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비로소 이렇게 흰 국화꽃을 들고서 모여들고 있으며 또다시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은 온갖 특권의식에 대한 권위주의 타파를 대통령이 되어서는 제 스스로 보여주기까지 했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지낸 집권 기간에 우리는 대통령마저 마음 놓고 욕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까지 했었다. 국민들은 노무현도 막상 대통령이 되니까 이제는 더 이상 특권층이라 생각해서인지 노무현에 대한 미운 감정들을 곧잘 입밖으로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그가 퇴임하고서 봉화마을로 돌아왔을 때 온 국민들은 다시 그를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였었다.

 

그저 소탈하게 농사짓는 사람으로 돌아온 모습에서 일반 국민들은 다시금 특권층에서 벗어난 것같은 그의 이미지에 매우 친화적인 감정으로 그를 맞이하며 다가섰다. 이렇듯 일반 국민들은 노무현을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관심하며 사랑해왔던 터라, 노무현에 대한 양가적 감정들이 함께 녹아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러한 노무현이 이제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의 최후의 죽음으로 우리는 또다시 눈 뜨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노무현은 권위주의 해체의 영원한 아이콘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태일은 죽었으나 그의 영혼은 수많은 노동운동의 불씨로 번져갔듯이, 노무현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온갖 특권 세력들과의 갈등에 놓여 있다. 지금도 조중동 보수언론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으며, 좌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을 여전히 양산해내고 있다. 검찰은 인터넷 논객마저 잡아가는 식으로 마치 공안정국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고, 현 이명박 정권은 촛불을 여전히 탄압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세력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으며, 학력 차별과 지역주의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현 이명박 정권 하의 교육 정책들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완전히 무한경쟁 레이스로 몰아가고 있다.

 

결국 젊은이들도 사회에서 낙오되면 쉽게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제 목소리 하나 못내고 경찰의 과잉 진압 세례를 받거나 용산 참사 같은 비극들을 겪게 되는 현실이다. 돈 없고 빽 없으면 결국 죽어야만 하는 비특권층 사람들은 당연히 이러한 현실 대한민국의 상황을 저주할 수밖에 없다. 이미 특권이란 것 자체가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는 차별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화합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이번 노무현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가 분열되지 말고 모든 분열된 계층들 간의 화합과 화해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물론 그러한 말 자체는 동의한다. 하지만 진정한 화합은 봉합이 아니다. 어설프게 매듭짓고자 서로 악수하는 화해는 진정한 화합이 아니다. 화합과 화해는 온갖 특권 의식과 부조리함을 바로잡는 정의가 함께 녹아 있을 때 진정한 화합과 화해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힘 있는 특권세력들일수록 우선적으로 개혁되지 않는다면 노무현의 영혼은 결코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

 

아니, 노무현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결코 쉴 수 없다. 오히려 산 자가 죽은 자를 전유함으로써 그의 영혼은 영원히 우리들의 몸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다. 노무현의 영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중동 보수언론과 검찰개혁 및 부동산개혁으로서의 강남공화국 그리고 여전히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정치세력들 등등 온갖 특권들을 누리려는 대한민국의 모든 특권화된 보수 세력들과 싸우는 사람들의 삶 속에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무현 정신이며, 그것이 바로 그가 죽음으로서 우리들의 가슴 속에 남겨놓은 불멸의 메시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