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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성혐오 넘어 젠더 민주주의 외치다 (여성신문)    
  글쓴이 : 미선 날 짜 : 16-12-28 06:02 조회(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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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NK 1 : http://www.womennews.co.kr/news/view.asp?num=110318 (151)





[2016 여성의 기억 16장면] 

여성혐오 넘어 젠더 민주주의 외치다


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등장 이후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관심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다. 여성들은 애도와 분노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강남역을 물들였고, ‘티셔츠’ 한 장 때문에 교체된 성우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 시위에 나섰으며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다. 촛불 정국 속에선 대통령 퇴진과 함께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며 젠더 민주주의를 외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    ©여성신문 박규영 웹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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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사회 여성혐오 민낯 드러낸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5월 17일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했다. 당시 가해자는 화장실에서 범행 대상을 기다리며 남성 7명을 그대로 보낸 후 처음으로 들어온 생면부지 여성을 살해했다. 그리고는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여성만을 노려 벌인 사건에 여성들은 일제히 분노했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집단적 각성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수없이 적힌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추모 메시지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분노가 함축된 여성들의 목소리였다.

난해 메갈리아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열풍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기점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차별과 폭력 경험을 공유하고 공론화했고 느슨하게 연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OO_내_성폭력’ 공론화, 낙태죄 폐지 운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2. ‘깔창 생리대’로 드러난 열악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지난 5월 유한킴벌리가 6월부터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저소득층 청소년이 비싼 생리대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연들이 쏟아졌다. 특히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쓰고 있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가난한 한부모 가정에서 살던 친구가 생리대를 ‘신발 깔창’으로 대체하기도 했다”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학교 선생님 제자는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생리하는 내내 결석하고 수건 깔고 누워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생리대는 2004년 법 개정으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생리대 업체들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겐 부담이 돼왔다.

최근 국회에서 최종 의결된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항목에 ‘저소득 청소녀 위생용품 지원’ 예산 30억원이 반영돼 내년에도 저소득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깔창 생리대 문제는 생리대 제공에 국한되지 않고 여성 건강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14개 여성단체가 지난 10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를 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3. 대학가 잇따라 ‘단톡방 사건’ 들통… 언어 성폭력 심각

지난해 <여성신문> 보도로 본격적으로 드러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하 단톡방) 내 언어 성폭력 문제가 대학가 곳곳에서 잇따라 터졌다. 국민대에 이어 최근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성 동기 등을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수차례 주고받아 문제가 됐다.

지난 6월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술집 가서 X나 먹이고 자취방 데려와” 등 이 학교 남학생들의 성희롱 발언을 담은 카톡방 대화를 대자보를 통해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도촬(도둑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는 등 범죄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8월에는 서강대학교 공학부(컴퓨터공학과) 소속 남학생들이 과 내 단톡방에서 동기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지역 차별 발언을 공유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9월엔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이 학교 남학생들 단톡방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남톡방(남자 카톡방)’이라는 이름의 이 대화방에서는 “첫 만남에 XX해버려” “여자 주문할 게 배달 좀” 등 성희롱 대화가 오고 갔다.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언어 성폭력은 SNS라는 공간이 갖는 폐쇄성과 부실한 폭력예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한국 남성들의 왜곡된 성문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14개 여성단체가 지난 10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를 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4. ‘낙태죄’ 폐지 운동 확산… 여성들 “자궁은 나의 것”

정부가 ‘임신중절수술 처벌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형법상 ‘낙태죄’ 폐지 운동이 확산됐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현재 최대 1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규칙을 입법 예고하면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검은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임신중절수술을 전면 불법화하려는 폴란드 집권당에 맞선 시위 끝에 전면 철회를 얻어낸 폴란드 여성들의 ‘검은 시위’에서 착안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여성들이 ‘내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의료계를 압박하자 정부는 결국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생명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지 말라’는 여성들의 요구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제269조 1항도, ‘유전적 문제나 질환, 성폭행에 의한 임신 등의 이유에 한해서만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를 허용한다’는 모자보건법 제14조도 그대로다.

5. #OO_내_성폭력’ 고발 운동, 사회 전반으로 확산

지난 10월 ‘#오타쿠_내_성폭력’으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의 목소리가 ‘해시태그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으로 확산됐다. 웹툰을 비롯해 문단, 미술, 영화계 등 문화예술계 전 분야에서 드러난 폭력의 양상은 비슷했다. 가해자는 유명 시인, 존경받는 작가, 업계에서 인정받는 큐레이터, 권위 있는 평론가 등 문화예술계에서 권력을 지닌 이른바 ‘갑’이었다. 피해자들은 업계에서 고립되거나 평판이 무너질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들은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일부는 사과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9월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로 한국문단의 여성혐오 실태를 꼬집은 김현 시인은 문단 내에 만연한 성폭력은 결국 ‘여혐’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시인은 “성폭력 문제를 문단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며 “이는 ‘여혐’이 만연한 한국사회 안에 포함된 일이지, 문화·예술계만이 지니는 특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술가, 특히 남성의 ‘성적 자유로움’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남성들의 성범죄를 묵인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풍토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는 성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가해자의 법적 처벌과 피해 사실의 지속적 고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경찰이 지난 4월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폐쇄를 발표했다.   ©일러스트 이재원

6.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폐쇄

지난 4월 경찰이 국제공조를 통해 성범죄 사이트 ‘소라넷’의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 소라넷 운영진은 트위터를 통해 사이트 공식 폐쇄를 알렸다. 1999년 '소라의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소라넷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회원들이 직접 찍은 각종 음란 사진, 성폭행 동영상,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 범죄물을 공유하고 강간 모의도 벌여 악명이 높았다. 2015년 8월에는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 몰카 동영상’이 유포된 사건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고 소라넷 폐지 청원 서명이 시작됐다. 몇몇 여성들은 여성리벤지포르노아웃(RPO·현 DSO)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자발적으로 조직해 사이트를 모니터링을 하며 증거를 수집해 폐지를 위한 공론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소라넷 운영진을 체포하겠다고 장담했음에도 수개월이 지난 현재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성범죄와의 싸움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7. 20대 국회 여성의원 역대 최다 당선… 그러나 고작 17%

지난 5월 30일 출범한 제20대 대한민국 국회에 총 51명의 여성의원이 입성했다. 17%로 역대 최다다. 여성의원은 처음으로 여성이 국회의원에 선출된 2대 국회(2명)보다 25.5배 늘었고 19대 국회와 비교하면 4명 증가했다. 정당별로 보면 지역구(26명)는 더불어민주당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6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 등이었다. 비례대표(25명)는 새누리당 9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각 7명, 정의당 2명이었다. 과거보다는 여성의원이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제 평균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2.7%로 우리나라보다 5.7%포인트 높다.

낮은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공직선거법상 여성 후보자 여성할당제는 20대 총선 과정에서도 외면받았다. 공직선거법 47조 4항에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할당이 명기돼 있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 여성후보 공천율은 934명 중 98명으로 10.5%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248명 중 16명 (6.9%), 더불어민주당 234명 중 25명(10.7%), 국민의당 171명 중 9명( 5.3%), 정의당 51명 중 6명(11.8%)으로 어느 정당도 지역구 30% 여성할당제를 이행하지 않았다. 강제이행조치가 없으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8. ‘티셔츠’로 촉발된 넥슨 성우 교체와 시사인 절독 사태

7월 18일 게임회사 넥슨이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단 하루 만에 성우 김자연씨를 교체하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넥스의 게임 ‘클로저스’에서 신규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씨가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가 제작한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자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해당 티셔츠는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두 차례 삭제 처분을 받자, 페이스북과의 소송 진행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티셔츠에는 ‘여자들은 왕자가 필요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페미니즘 문구가 쓰여졌다.

그러자 넥슨 측의 성우 교체 결정이 이례적으로 신속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메이플스토리2’의 성우의 경우 교체 결정까지 일주일이 걸린 바 있다. 22일에는 메갈리아 회원들과 넥슨 이용자들은 넥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성우 교체 사건은 시사주간지 시사인 절독 사태로 번졌다. 시사인은 ‘분노한 남자들’, ‘정의의 파수꾼들?’ 등의 제목으로 기획 보도를 하면서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분석해 남성들의 집단심성을 분석한 글을 비롯해 여성 문제에 관한 기사를 중점적으로 실었다. 시사인은 티셔츠 인증사태 이후 온라인 공간에 분노한 남자들이 대규모로 쏟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사인이 메갈의 편에 섰다”는 비난과 함께 구독을 중단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9. ‘여성 리더’ 힐러리의 패배, ‘여성혐오’ 트럼프의 승리

11월 9일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개 석상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이민자를 혐오하고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기에 사회적 소수자들은 충격과 분노, 절망감을 토로했다. 마지막 ‘유리천장’으로 불린 미국 대통령직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이 확실시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느낀 좌절감은 더욱 컸다.

특히 선거 직전 트럼프가 했던 충격적인 성희롱 발언이 공개되면서 대통령 자격은 고사하고 공인의 품격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 저명인사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트럼프의 패배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언론의 예측과 반대로 트럼프가 당선된 까닭은 혐오와 차별을 공언한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투표를 통해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인종차별, 성차별, 혐오 정치의 승리”라면서 “‘지나치게’ 똑똑한 여성, 심지어 페미니스트 의식을 갖춘 여성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취급되는 방식을 극명히 보여준다”도 밝혔다.

▲ 지난 11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속 광장으로 나온 여성혐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비판의 수단으로 성별을 부각하고 여성성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 발언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쏟아졌다.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등 핵심 인물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OO년’이라는 욕설부터 ‘이 나라를 망치는 건 계집들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등 여성혐오 발언은 수위가 높아졌다. 박 대통령의 문제가 권력의 부정부패와 한국 정치의 후진성 등이 원인임에도 이같은 발언을 통해 여성의 문제로 왜곡·수렴됐다. 성형과 미용에 많은 돈과 시간을 썼다는 사실은 여성의 성형 중독과 외모 비하로도 이어졌다.

혐오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에게는 국정농단과 퇴진이라는 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비난도 가해졌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민주주의와 여성혐오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말 5차 집회 직전 DJ DOC의 신곡 발표와 공연 취소 과정은 광장의 여성혐오 논쟁을 대중적인 문제로 끌어올렸다. 여성단체들이 가사의 문제를 지적해 공연이 무산됐다고 알려지면서 단체들과 페미니스트들은 또 다시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공격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DJ DOC는 문제가 된 가사를 수정해 기어이 무대 위에 올랐다.

11. 알파고의 승리로 AI 관심 급증… ‘젠더’는 안보여

올해 초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승리는 무서운 발달 속도를 인류에게 과시했다.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제작도 빠르게 진화하면서 인기 여배우를 닮은 로봇을 만들고, 섹스로봇이 출시되는 등 성 상품화 문제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섹스로봇 ‘록시(Roxxxy)’를 개발한 트루컴패니언은 지난해 말 대당 7000달러(약 830만원)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섹스로봇 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대부분은 여성의 얼굴과 몸으로 제작돼 성 역할 고정관념을 확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로봇 제작·사용과 관련한 윤리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한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의 성적인 기능만 강조돼 기계화·도구화되는 것”이라며 “AI 로봇 시대가 열렸지만, 그걸 가지고 뭘 할까 궁리하는 남성들의 사회적 통념은 여전히 성적인 기능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의 한 장면. 개그우먼 김숙은 여러 방송에서 가부장을 미러링(mirroring)한 ‘가모장’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다.   ©JTBC

12. 개그우먼 김숙이 보여준 가부장제 미러링과 ‘걸크러시’

“남자가 조신하니 살림 좀 해야지”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가상결혼을 소재로 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 등 여러 방송을 통해 가부장을 미러링(mirroring)한 ‘가모장’ 캐릭터로 ‘걸크러시’의 아이콘이 된 개그우먼 김숙. 기존 성역할을 허물고 가부장제의 불합리를 드러내며 인기를 얻은 ‘김숙 현상’을 페미니즘 맥락에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은 『여/성이론』(여이연) 여름호를 통해 “김숙이 미러링하는 것은 정확하게 한국의 가부장제”라고 말했다. 심혜경 천안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도 젠더 시스템을 뒤흔드는 김숙의 말솜씨는 “2016년 한국을 살아내는 대중문화 엔터테이너의 유연한 페미니스트 전략임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숙의 발언들은 부조리한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에 억압당한 여성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로 떠오르며 한국의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상으로 주목받았다.

13. 금복주, 결혼퇴직제 59년간 유지하며 공공연하게 성차별

대구 지역 주류업체 ‘금복주’가 결혼한 여성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결혼퇴직제’를 창사 이후 59년간 유지해온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의해 확인돼 충격을 줬다.

금복주는 1957년 창사 이래 현재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했다. 이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해 퇴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혼인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던 결혼퇴직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등 20여개 단체가 ‘금복주불매운동본부’를 구성해 불매 운동을 펼쳤고 이후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노동 단체 8곳이 결합해 금복주 불매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 지난 8월10일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약 3500명(경찰 추산)이 이화여대 캠퍼스에 모여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14. ‘여성 연대’와 ‘달팽이 민주주의’ 보여준 이화여대 학생들

7월 28일 이화여대 학생 200여명이 본관 건물을 점거했다. 이화여대가 추진하던 고졸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를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에 나선 지 사흘째인 30일엔 경찰 1600명이 캠퍼스에 들어와 비무장 상태의 학생들을 끌어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학생들의 시위에 이화여대 졸업생과 교수사회까지 동참했고 학교 측은 결국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을 취소했다. 또 최경희 총장과 윤후정 명예총장 겸 재단 이사가 결국 사퇴했다. 86일간의 본관 점거 농성이 이루어낸 쾌거였다.

학생들의 시위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이화여대 시위는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 속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히 민주적으로 평화롭게 이루어져 ‘달팽이 민주주의’라고 불렸다. 경찰과의 대치 상황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제창해 기존의 시위 문화를 바꿨다는 평도 받았다. 이후 ‘다시 만난 세계’는 시위 현장과 광장에서 새로운 ‘시위가’로 불렸다.

15. 데이트 폭력·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지난 4월 서울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토킹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과거 연인관계였던 피해 여성을 찾아가 지속해서 괴롭혔고, 피해자가 받아주지 않자 결국 살해했다. 스토킹이 흉악범죄의 전조 증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스토킹 피해 상담 240건을 분석한 결과, 상해·살인미수·감금·납치 등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가 51건(21%)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스토킹 범죄가 늘어나고 강력 범죄로 진화하면서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은 19대 국회까지 총 7차례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20대 국회에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발의돼 상정돼 있다. 이 법은 스토킹 범죄를 친고죄(피해자 본인이 고소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범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16. 페미니즘 열기 확산으로 도서와 굿즈 판매 급증

출판 시장 전체는 불황이라지만 페미니즘 도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진행 중인 ‘올해를 빛낸 출판계 이슈 독자투표’를 살펴보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12%로 1위에 올라 있다.

실제 올 한해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1월부터 7월까지 알라딘의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 증가했고, 예스24의 ‘여성·페미니즘’ 분야는 114.7% 증가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합니다’(창비)를 비롯해 ‘나쁜 페미니스트’(사이행성),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 ‘아주 작은 차이’(이프),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 등이 인기를 얻었다.

페미니즘 열기 확산은 페미니스트 다이어리와 달력 등 ‘페미니즘 굿즈’(goods·기념품)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페미니즘 모임들은 티셔츠부터 에코백, 스티커, 배지, 물병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높아진 여성들은 페미니즘 확산에 앞장서는 단체의 활동을 응원하고 서로에게 힘을 부여하는 연대 활동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페미니즘 굿즈는 상업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산업계에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선 (16-12-28 06:06)
 
[관련 참조 글]

* <차이 멸시>와 부정맥 유발 사회
http://freeview.org/bbs/tb.php/e002/124

* <여성혐오>보다는 <여성멸시>가 더 적절한 단어다!
http://freeview.org/bbs/tb.php/f001/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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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세월호 유가족은.. (3) 미선 4331 07-19
1122 <약자 우선성의 법>, "우리에게 이런 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 미선 546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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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축약본] 새로운 철학 장르를 개척하고 교육 제도를 혁신하고자 합니다. 소오강호 4015 06-30
1118 펌) 공부란 몸, 그 인격 전체를 닦는 것이다 (1) 숫돌 4721 06-21
1117 문창극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 망언 (2) 미선 4303 06-12
1116 대중의 눈높이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진보 통합과 재편이 있어야.. 미선 3677 06-05
1115 찬란한 무지개는 비가 개인 후 모습을 드러낸다 (1) 대한인 3932 06-04
1114 4분면에서 보는 이번 세월호 참사 사건에 대한 복합적 원인들 미선 5521 05-19
1113 [펌] 몸·마음·눈으로 세월호를 겪은 8인이 말하는 ‘안전’ 미선 4537 05-15
1112 제1회 청소년 지방선거 투표 미선 409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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