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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제 목 : 〈오류〉Error와 합리주의의 모험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6-11-11 23:05 조회(7710)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mireene.co.kr/bbs/tb.php/e006/53 



이름  정강길 
첨부 
 

근대의 합리성이 붕괴된 이후 많은 이들은 도대체 합리성의 준거틀이 무엇인지 의문스러워 한다. 굳이 말한다면 그것은 바로 <오류>Error다. 후기구조주의자들은 합리성 자체를 거세시키려 하지만, 이 오류야말로 합리성의 준거가 됨을 간과하거나 잘 모르고 있다.

탈근대 사상가들은 합리성을 부정하지만, 합리성은 사실상 존재의 관계와 소통을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다못해 우리가 물건 값을 치르고 셈을 하는 그 순간에도 서로 간에 공통분모로 삼는 준거틀인 합리성은 요구되고 있다.

요즘 시중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는 탁성산씨의 책이 있는데, 적어도 그 문장만 놓고 본다면 이는 화이트헤드의 주장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오류에 대한 느낌을 통해서 확실성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 이는 연역법이나 귀납법이 아닌 <귀추법> 논의를 참조하길 바란다)

물론 인간이 합리성을 직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교만이자, 근대 합리주의의 횡포가 보여주었던 독단이기도 하다. 화이트헤드가 말한 대로, 인간에게는 통찰의 허약성과 언어의 결함이 무정하게 그 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는 이를 운명처럼 여긴다. 그는 말하길, "사유의 역사는 언제나 활기찬 개시(開示)와 무기력한 종결의 비극적인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MT 54/87)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리로서 수긍하게 되는 길은 무엇인가?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학에 주요 위험이 되는 것은 증거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협소성이다. 이러한 협소성은 특정한 저자의, 특정의 사회 집단의, 특정의 사상 학파의, 문명사에 있어서의 특정 시대의 개성이나 소심함에서 생겨난다. 준거로 삼는 증거는 개개인의 기질, 집단의 편협성, 사유 구도의 한계에 의해 제멋대로 편중된다... (따라서) 선택의 공평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은 <실용적>인 것이어야 한다.(RP 579)”

이런 측면에서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실용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서 <실용적>이라는 의미는 어떤 명제에 대한 진리치는 결국 경험적 정당성과 유용성에서 확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오류와 비극을 통해서만 나아가는 <점근선적 접근>asymptotic approach이라는 형태의 진보 이외에 다른 어떤 형태의 진보도 허용치 않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류를 두고서 겁내하는 것은 진보의 종말이다. 진리를 사랑하는 길은 곧 오류를 보호하는 것이다.”(MT 16).
 “오류는 보다 고등한 유기체의 징표이며, 상승적 진화를 촉진시키는 교사다."(PR 320)
 "오류는 우리가 진보를 위해 치르는 대가인 것이다.”(PR 350)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학설들 간의 충돌은 <재난>이 아니라 <기회>"(SMW 186)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는 일리야 프리고진의 명저인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에서도 얘기된 것이지만, 혼돈은 새로운 질서 창출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혼돈이 주는 축복은 이전 질서에 대한 새로운 극복으로 그 문을 활짝 열어준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전 패러다임의 위기 요소들을 통해서 마련된다.

“진보는 언제나 자명한 것을 초극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합리주의는 실험적 모험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철학의 융성에 그토록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수학과 종교의 결합된 영향은, 다른 한편으로 철학에 정적인 독단주의의 굴레를 씌우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다. 합리주의는 사상을 명석하게 하려는 하나의 모험이며, 끊임없이 전진할 뿐 결코 멈추는 법이 없는 하나의 모험이다. 그러나 이 모험은 부분적인 성공도 중요시하는 모험이다.” (PR 59)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안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류를 통해서 그나마 합리성에 근접할 따름이다.

화이트헤드는 인간의 통찰의 허약성과 언어의 결함을 운명처럼 여기면서 동시에 대담하게 구성의 길을 택한 학자였다. 바로 여기에 해체라는 사조는 화이트헤드 안에 기본적인 토대로서 깔리게 되는 것이며, 동시에 해체의 잔해 위에서도 구성을 말할 수 있게 하였다. 그의 이성은 근대 개념의 이성이 아니며, 언제나 <실험이성>의 지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오류를 통해서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자신의 사상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다.

화이트헤드의 이 같은 언급을 어렵게 느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시행착오>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시행착오의 요소들이 우리를 반성적으로 이끌고 성찰적으로 가르치는 교사인 것이다. 반성적 성찰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전망의 기초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의 문명사적 발현이 바로 <비극>tragedy이다. 나는 세계 대전의 참상들은 결국 근대 세계관이 가진 한계와 오류가 예증된 것으로 본다. 우리들은 왜 자꾸 평화를 추구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저 끔찍하고 참혹한 비극에 대한 감각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은 문명의 진보와 정화를 열게 하는 초석이다. 행복이 고통과 눈물에 의해서 그 가치를 확보하고 있듯이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예비 세대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전 세대나 우리 세대에서 한 번 이상 밟았던 불행스런 오류와 전철들을
다음 세대에선 다시금 되풀이하게 할 순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겨우 허락된 합리성의 척도인 것이다..

 2005-01-27 17:07:25 
 
BigMouth (07-01-02 17:33)
 
현실에서 발견되는 경험적인 정당성과 유용성을 살펴보는...
그런 점근적인 합리성만이 합리성의 유일한 준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심한 말이지만 오류를 통한 합리성 인식에 중요한 말입니다.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나는 공감은 생면부지의 혈육을 졸지에 만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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