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인(作用因)과 목적인(目的因)으로서의 리(理) 이해

- 리(理)의 두 원인적 성격의 다스림 : 질료성(質料性)과 주재성(主宰性)-



(*유교 성리학에서 리(理)가 질료(質料, matter)일 수 있음을 주장한 첫 시도로서의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기존 성리학에선 거의 대부분은 기(氣)를 질료로 보는 입장임..)



이 글은 성리학의 리(理)가 어떻게 기(氣)에 대해 다스림[理]의 작용을 하는지에 있어 <효과적 원인>으로서의 작용인(作用因, efficient cause)과 <목적적 원인>으로서의 목적인(目的因, final cause)의 맥락에서 접근하여, 리理의 질료성質料性과 주재성主宰性에 대해 논한 글이다.

리理를 <작용인>과 <목적인>의 측면에서 바라본 시도는 일찍이 마테오 리치에서도 볼 수 있었고, 같은 중국철학 연구자였던 모종삼과 풍우란에서도 거론된 바가 있었지만 이들 간에도 그 입장들이 서로 엇갈리게 나왔었다. 

본 논문에선 기본적으로 매순간 현실 세계가 리기(理氣) 결합으로 형성된다고 보면서도, <이미 지나간 과거세계>는 그 현실성을 상실하고 변경 조작할 수 없기에 <현재 안에 객체로서 남겨진 ‘결’로서의 리理>라는 점과 이것이 <효과적 원인>으로 내재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때의 리理는, 이전 기氣에 의해 단 한 번이라도 세계 안에 <이미 발현된 적이 있었던 과거로서의 理>를 말한 것이며, 바로 이 <과거로서의 理>가 현재를 성립시키는 밑감[질료]이 된다는 점에서 <理의 질료성> 곧 잠재태로서의 재료가 됨을 제안한 것이다. 

따라서 생성을 시작하는 모든 기氣는 <과거세계가 남긴 결>의 다스림[理]을 받지 않는다면 결코 그 생성을 시작할 수 없다고 본 것이며, 이는 주희가 언급한 理가 氣를 낳기까지에만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과거로서의 결[理]은 현재의 氣 생성을 시작하게 하는 <원인>이자 <이유>로서 기여될 수 있고, 이는 모든 人과 物에 내재된 <그러한 까닭>인 <소이연所以然의 리理>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성리학의 리理에는 마땅히 실현할 바인 <소당연所當然의 리理>도 있으며, 이는 천리天理가 모든 기氣 생성의 시작국면에 <목적적 원인>으로 부여해놓은 것이다. 이 <목적인>은 최고의 가치등급을 갖는 주재主宰의 지위에서 현재 삶을 지선(至善)으로 견인하는 좌표의 역할로 자리한다. 

따라서 <리理의 질료성>은 과거가 남긴 결[패턴]로서 현재의 氣 생성에 올라타 있다면, <리理의 주재성>은 목적론적 이상 곧 도덕적 본성의 길인 본연지리(本然之理)로서 기氣에 올라타 있다. 이처럼 리理는 <과거세계가 남긴 결로서의 원인>과 <하늘天으로부터의 목적적 원인>으로서 기氣 생성의 시작국면에 자리한다. 

반면에 생성의 시작국면 이후로는 氣의 주체 영역이며 그것은 현재 순간에만 적용되는 기강리약(氣强理弱)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럼으로써 氣는 理에 대한 최종 현실화를 확정짓고서 그 자신의 생성과정을 마감시킨다. 즉, 현실화의 최종 날인만은 기氣가 맡음으로 인해 그 청탁수박(淸濁粹駁)에 따르는 책임성도 떠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자는 불상리불상잡(不相離不相雜)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리理가 현실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가능적인 두 원인의 성격>으로 내재된다는 점을 통해 우리는 理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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