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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종교와 보수    
  글쓴이 : acecard 날 짜 : 08-06-30 14:47 조회(5960)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mireene.co.kr/bbs/tb.php/f001/1312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은 어디일까? 당연히 현재 남보다 자본을 더 갖고 있으며 이 자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착하고 있는 집단일 것이다.
보르되(Bourdieu)에 따르면 자본은 세 가지 형태를 가진다: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경제자본은 실물자산을 의미한다. 사회자본은 연줄을 의미한다. 자산에는 상관없이 명예직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사회자본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자본은 문화와 지식 시장에서 상대적인 전문성을 소유한 것을 말한다. 과외 하는 대학생도 자신의 문화(지식)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집단은 이 세 가지 형태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 중 자신의 자본에 집착이 강한 이들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종교 지도자들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물론, 배중률에 입각해서 종교 지도자를 보수-진보 중 한 쪽으로 밀어 넣는 것은 그 안에 수많은 모순이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많은 반론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종교 지도자들은 보수적이라 분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회자본(교인, 신도)과 문화자본(경전, 교리), 경제자본(헌금, 연보)을 동시에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보수적 성향을 띠는 이유는 이러한 자본 외에도 내/외면적 원인이 있다.
 
내면적으로 종교의 교리적 문제인데, 전통적으로 종교는 국가권력과 분리되어오는 것을 그 생존의 철칙으로 지키고 있다. 프레이저(J. Frazer)가 지적한 대로 동서양을 막론한 고대 시대의 왕은 종교적 왕이었다. 왕의 역할은 크게 재판과 군사, 그리고 제사에 관한 것이었으나 점차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세속 왕과 종교적 지도자가 분리되었다. 바티칸의 교황처럼 세속적 권력을 잃은 종교적 지도자들은 세속권력에 관여하지 않거나 암묵적으로 지지함으로써 그 기득권을 지켜왔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고려 시대에는 왕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지지를, 조선 시대에는 세속권력에 대한 침묵으로 일관해왔고 일제시대, 현대에도 그 원칙은 일관적이다. 기독교 또한 마찬가지이다. 1907년을 기점으로 평양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우리나라에 퍼졌던 기독교는 대부분 미국 북장로교회가 90%를 차지했으며 현재의 다양한 교단들 속에서도 북장로교회의 청교도적이고 보수적인 영향은 계속되었으며 현대의 모든 세속권력을 위하여 조찬기도회를 열어주었다.
 
외면적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도피적 측면은 종교가 국가권력에 늘 침묵하도록 하였으며 종교의 이름으로 사회를 개혁하는 것을 사실상 무력하게 만들었다. 간혹 문익환 목사와 같은 사회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들이 속한 종교로부터 왕따를 당하였다. 최근 새만금 사태에서 삼보일배를 했던 종교 운동가들을 각 종교에서 곱지 않게 바라본 것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래 종교의 정신이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세속권력과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후대의 해석과 당시의 이유야 어떻든 예수는 정치범으로 죽음을 당했고, 붓다는 해탈 이후에 중생의 교화에 힘썼으며 이러한 노력은 사회적 개혁을 야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하는 스님인 원효대사는 그가 해골바가지에 든 물을 마시며 해탈했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삶 속에서 해탈과 극락의 비전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존경받는다. 독일에서도 1940년대 개신교의 정신으로 기억되는 것은 히틀러 권력에 동참했던 종교 지도자들이 아니라 히틀러 암살 미수로 사형을 당한 본회퍼 목사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가장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적 관념들이 그들이 가진 기득권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을 타인에게나 자신에게 속이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종교신념과 동일한 양 내세우기 때문이다.
특별히 최근 유치찬란한 극우 시위에서 자행되는 보수 기독교의 시대착오적 행동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위에 순진무구한 노소(老小)의 교인들을 마치 신의 뜻으로 포장하여 참석시키는 작태는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에서 민중들을 끌어들인 종교지도자를 연상케 한다.
다양성의 현실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는 종교지도자들은 신과 자신을 동시에 속이고 있다.
늘오늘 (08-07-01 11:18)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수구적인 집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득권자들의 기만적인 논리에 놀아나던 서민의 행태는, 쓰린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조·중·동을 위시한 꼴통보수들이(대다수의 개신교회도 포함^^;) 벌이는
파렴치한 사기행각이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는 날이 다가옵니다. ^^
우릴 감동시키는 사건이 진행 중이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그렇죠? ^^

acecard 님, 깔끔하게 정제되어 있는 글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고요.  계속 글 올려 주시길 기대해도 되지요? ^^

바비도 (08-07-03 12:50)
 
acecard 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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