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IVP 서적들이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그 논조가 마치 자신들의 입장이

보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듯한 모양새를 풍긴다.

그렇기에 마치 상대방의 논리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주 드물게 간헐적으로는 백에 한둘 정도는 읽을만한 게 좀 있긴 하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주장으로 귀결되는 것은

보수 기독교의 테두리만이 살 길이요,

보수 기독교 신앙만이 가장 우월한 길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좀 더 예리하게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 복음주의자들이 크게 보면

보수 근본주의자들의 주장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발견된다.

왜냐하면 근본주의자들의 핵심 교리를 이들 역시 비판하거나 부정하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교리를 전하는 방식 차이의 문제로 나뉠 뿐이다.

이는 치열한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그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보다는 좀 더 유연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보수 근본주의자들의 경우엔

아예 귀를 닫은 채로 공격적인 배타적 선교를 펼친다면

기존의 중간 복음주의자들은 어느 정도는 귀를 열어 둔채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정의 운동까지도 내포하면서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전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교리를 전하는 방식 면에 있어선 보수 근본주의자들보다

중간 복음주의자들이 훨씬 더 유용한 면이 있다.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달리 나쁘게 말하면 여전히 가면을 쓰는 것이고..

 

여튼 현재 추세로는 기존의 보수 근본주의자들도

결국 중간 복음주의 입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유연하게 보이니 말이다.

예컨대, 정용섭 목사의 설교신학 입장들을 생각해보라..

 

영국의 어줍잖은 알리스터 맥그라스 신학도 그의 저작들을 살펴보면

기독교 핵심만 건들지 않으면 다른 사안들은 뭐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식의 유연성(?)을 표방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이러한 유연한 중간 복음주의 입장들이 좀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 도킨스류의 전투적 무신론에 대해

중간 복음주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저서가 나왔다.

 

 

 

이들은 처음에는 논조가 무신론의 논리를 언뜻 받아들일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제스처일 뿐이다.

두 책 모두 그 결론은 결국 무신론은 일정 부분 공감은 하나

결국은 유신론의 좋은 점을 못보고 있는 잘못된 것이며

기독교 교리에 따른 지적설계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신앙인이면서 자신들도 무신론자들 못지 않게

매우 이성적일 것처럼 주장하다가도

정작 성서의 초자연주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거나 하진 않는다.

 

종교에 대한 나쁜 점과 회의주의적인 입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이천 년 기독교가 저질러 왔던 숱한 오류와 비극들에 대해선

분명한 반성과 개선책을 내어놓고 있진 않다.

 

여튼 핵심만 건져내서 말한다면 이들의 실체는

창조론에서 변형된 복음주의 진영의 지적설계론자들일 뿐이다.

 

이런 책들이 마치 무신론을 제대로 논파하고 있는 것인냥

혹은 진화론을 제대로 극복하는 기독교 이론으로 떠받들어지는 건

기독교 대중을 기만하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기독교 대중들 역시 이러한 책들이 입맛에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보기에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크게 위배하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개혁적이고,

적당히 상대방의 논리까지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척 하는

제스처 정도를 해준다면 흥미를 돋구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기독교 대중들에게 <안정 속의 개혁>처럼 많은 매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본다.

내가 알기에 특히 기독교 출판사들 중에선

IVP, 홍성사 출판사 같은 복음주의 계열 서적들이 이러한 선탠스를 많이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