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중력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현대의 이론 물리학자들의 궤적을 추적한 책. 현재 이론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있는지 보고하고 있다. 지은이 리 스몰린은 양자 중력 이론에 이르는 길로 초끈 이론의 길,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의 길, 블랙홀의 열역학의 길 세 가지를 제시한다.
옮김이의 말 양자 중력이라는 성배를 찾아서 감사의 말 머리말 양자 중력에 이르는 세 가지 길
1부 출발점 1. 우주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2. 미래에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3. 많은 관측자, 그리 많지 않은 우주 4. 우주는 사물이 아니라 과정들이다
2부 우리가 알아낸 것들 5. 블랙홀과 숨겨진 영역 6. 가속도와 열 7. 블랙홀은 뜨겁다 8. 넓이와 정보 9. 공간을 세는 방법 10. 매듭,연결과 꼬임 11. 공간의 소리는 끈이다
3부 현대의 미개척 영역 12. 홀로그래피 원리 13. 끈과 고리를 엮어 14. 무엇이 자연 법칙을 선택하는가
맺음말 한 가지 가능한 미래 후기 세 가지 길이 만나는 곳에서 용어 해설 참고문헌 찾아보기
중력의 양자 이론을 세우는 데 그토록 오래 걸린 이유 한 가지는 이전의 모든 양자 이론이 배경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 배경 독립적인 양자 이론을 고안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공간과 시간이 단지 관계들의 네트워크일 뿐인 세계를 어떻게 양자 역학적으로 기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20세기의 마지막 15년 동안에 해결되었다.-p60 중에서
20세기 물리학의 중요한 원칙들 중 많은 것은 우리가 알 수 있는 한계로 표현된다. 아인슈타인의 원리는 갈릴레오의 원리를 확장한 것으로, 어떤 실험으로도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과 정지해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우리가 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우리 마음대로 정확하게 잴 수는 없음을 말해 준다.-p194 중에서
저자 : 리 스몰린 (Lee Smolin)
소개 :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 연구소인 페리미터 연구소의 연구원과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 스몰린은 상대성 이론과 우주론을 양자론에 통합하려는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혁명가적인 이론 물리학자이다. 현대 이론 물리학의 양대축이 고리 양자 중력 이론과 초끈 이론을 통일하려는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우주론과 이론 물리학에 대학 다양한 책을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코스모스의 삶」「물리학의 말썽거리」등이 있다.
역자 : 김낙우
소개 : 서울 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 대학 퀸 메리 칼리지 연구원, 독일 막스 플랑크 중력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희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력파, 초중력, 초끈 이론 등에 대한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 번역서로는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이 있다.
리 스몰린의 한 마디
이 책은 가장 단순한 의문, 즉 '시간과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이다. 이것은 또한 대답하기에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지만, 이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공한 변혁들을 기준으로 과학의 진보를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그러한 변혁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공간과 시간에 대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사고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물리학 혁명의 최전선을 다루는 보고서가 될 것이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근저에서부터 뒤집었다. 21세기의 물리학자들은 이 두 이론을 통합해 더욱더 혁명적인 답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선구적인 양자 중력 이론가인 리 스몰린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만물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만들어 내려는 현대 물리학의 도전과 혁명의 역사를 생생하고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미선님의 초강추로 이 책을 읽어보았습다. 궁금한 점은 고리양자중력이론에서 궁극적인 존재로 상정되는 양자가 현실적 존재처럼 생성 소멸하는가 하는 것입니다(제가 가진 정보의 수준에서 보자면 초끈이론에서 궁극적 존재로 상정되는 '끈', 동양에서 만물의 원질로 간주되는 '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리 스몰린의 양자는 현실적 존재와 매우 유사합니다. 관계적 존재이며 시공간을 창출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생성 소멸한다는 구절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만약 양자든 끈이든 기이든 생성 소멸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존재는 데카르트의 실체와 최종적으로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책과 이야기'에서 소중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1. 저도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어보았습니다. 여기서도 양자가 생성 소멸한다는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질문을 드렸던 것이구요. 신과학 열풍을 일으켰던 카프라의 <현대물리학학과 동양사상>에서 소립자의 세계가 생성과 소멸의 우주적 춤을 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양자전기역학(QED)에서도 그러하다면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확연히 풀리네요.
2. 기는 현실적 존재처럼 물리적 시공간 이전의 사태 또는 변화 이전의 사태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기를 논했던 전통의 학자들에게는 무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현대 물리학의 성과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들은 제가 가진 정보에 의하면 기의 취산까지만 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선님의 견해에 전적인 동의를 합니다. 제가 '기'까지 거론한 맥락은 다음의 글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였습니다. 다음 글은 제가 카페 '춘천화이트헤드공부모임"에 올렸던 글입니다.
3.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서 현실적 존재는 현존의 범주 중의 하나로 그의 범주체계의 주인공적 역할을 떠맡는 중심적 범주이다. 현실적 존재는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인 실재적 사물로서 선행하는 현실적 존재를 여건으로 자신에게 새로움을 첨가하는 자기실현과정이 완결되면 생성을 종료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소멸은 무(無)로의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로부터 아무것도 나올 수 없으며(FR, p. 101, " From nothing, there can come nothing") 유로부터 무로의 사라짐 또한 있을 수 없다. 만족(satisfaction)에 다다른 현실적 존재는 후행하는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에게 파악되어 후행하는 현실적 존재의 구성요소로 참여한다, 후행하는 현실적 존재는 선행하는 현실적 존재의 구성 요소인 느낌(feeling)을 파악(prehension)을 통해 자기의 구성요소로 변환시킨다. 이 때, 전자의 구성요소인 느낌이 파악을 통해 후자의 구성요소가 될 때, 전자의 느낌과 후자의 느낌은 동일하지 않다. 왜냐하면 후자를 구성하는 느낌은 전자의 느낌을 후자가 느끼는 방식인 주체적 형식(subjective form)이라는 질적 옷에 의해 채색된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적 존재이든 현실적 존재를 구성하는 최종 단위로서의 느낌이든 영원하거나 항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실적 존재도 생성 소멸하며 현실적 존재의 최종 구성단위로 전제되는 느낌도 그 동일성을 유지하지 못한다.(이 파악의 논의를 정교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화이트헤드의 연장의 이론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철학과 화이트헤드 철학을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의문으로 남아 있던 점은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와 유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氣)에 대해서였다. 모든 사물은 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는 만물의 본질이다. 이종란이 최근 옮긴 최한기의 저서 『운화측험』 앞에 붙인 소논문 「『운화측험』과 기학적 세계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서 원소들은 결합하면 혼합체가 되며 붕괴되면 단순체가 되는 과정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로는 소멸하거나 생성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존재라는 측면이 최한기의 기일원론에 어떤 확신을 주었다는 것이다. 즉 4원소와 같이 기도 취산(聚散)의 과정만 있지 생성소멸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존재라는 점이다.(p. 53) 그렇다면 화이트헤드에게서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 사물인 현실적 존재는 생성 소멸하는 존재임에 비하여 동북아철학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 사물로 볼 수 있는 기는 취산의 과정만을 갖는 영원불멸의 존재이다.
또 하나의 대비되는 지점은 현실적 존재는 다른 현실적 존재와 파악이라는 관계를 갖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원질로서 기를 바라볼 때, 기 사이의 파악관계는 없다고 추측된다는 점이다.(사실 현실적 존재 사이의 파악의 관계는 생성 소멸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를 원자적으로 이해할 경우 원자 사이의 결합과 분리와 같은 외적 관계는 인정되지만 원자가 원자를 파악하는 내적 관계의 학설은 성립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쩌면 없다기보다는 『기학의 모험1』에서 이정우가 김영식의 『주희에서의 기 개념의 몇 가지 측면』이란 논문의 일부 인용 내용인 “기의 엄밀하고 정확한 의미에 대한 의문은 그들에게는 떠오르지 않았고, 그들은 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다들 그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p. 196)라는 문장에서 보듯이 그들은 기 그 자체나 기 사이의 파악 관계에 대한 그림의 탐구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철학에서 기 개념의 변천사와 다양한 의미 계열화를 고려하더라도 기의 취산을 말하거나 기의 활동운화(최한기의 『기학』)만을 말하지 기 자체의 생성 소멸을 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기 그 자체나 기 사이의 파악 관계에 대한 탐구까지 고려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학의 모험1』흥미를 끄는 대목들도 눈에 띤다. 김교빈은 『기학의 모험1』에서 성리학자들의 이기(理氣) 개념을 서경덕의 기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성리학자들은 “기는 리 때문에 생겨나며 한 번 생겨난 기는 변화과정에서 점점 엷어져서 마침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라고 하고 있다.(p. 98) 그러나 여기서 ‘없어진다’는 표현이 무로 사라진다는 의미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기의 총량이 무한하다면 모를까 만약 무로 사라진다면 결국 세상을 구성하는 기는 점차로 사라지고 우주는 무로 향해 갈 것이다.(서경덕의 기는 모여서 구체적 사물을 이루고 흩어지면 태허(太虛)로 돌아간다. 그런데 성리학자들의 기 개념은 서경덕과는 달리 사라진다는 것이다.(p. 98) 김교빈의 이런 생각까지 고려하면 성리학자의 기는 무로 사라진다고 독해해도 될 것 같다.)
만약 기가 취산의 과정만을 갖는 영원불멸의 존재라면 기 그 자체는 생성하거나 변화하는 존재라고 할 수 없다. 동북아철학의 『주역』이 말해주듯 동북아철학 기본 줄기는 변화와 생성의 철학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변화와 생성의 근저에 있는 기 자체는 그렇지 않다면 이는 어찌 되는 것인가? 게다가 김교빈의 견해처럼 성리학자들의 기가 무로 사라지는 것이라면 어찌 되는 것인가?
『기학의 모험1』에서 이정우는 최한기의 신기(神氣)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남기고 있다. "천지의 신기, 즉 운화기가 원자적인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마음, 즉 신기도 원자와 같은 미세 물질의 집합체를 가르킨 것은 아닐 것이다."(p. 237) 이정우의 이 주장은 그 세부사항이 진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종란의 주장과 명백하게 양립불가능하다. 공부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생생한 현장의 한 대목이다.
네.. 양자전기역학(QED)에서도 생성 소멸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학자들이 화이트헤드가 표현한만큼의 생성 소멸이라는 개념어을 엄밀하게 쓰진 않을 뿐이죠. 최근 많은 물리학자들도 창발emergence로서의 시공간을 얘기하는 점이 있기에 점점 더 유사한 점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화이트헤드 철학 체계의 경우는, 생성과 변화를 명확히 구분해서 1차적인 것은 생성이며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좀 더 엄밀한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 개념을 논했던 전통의 학자들에게도 생성과 변화의 구분을 요구하기엔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로선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와 동양철학의 기 개념을 같은 것으로 놓고 비교한다는 것 역시 무리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일 뿐입니다.
부연적으로 설명해주신 최한기의 기철학과 기학의 모험 역시 유익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그동안 동양철학의 담론을 거의 지배해왔던 기와 리의 변주 도식을 다시금 검토할 필요가 있을만큼 좀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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